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사흘간의 대회를 마치고 20일 폐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에서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를 주제로 2세션을 주재했다. 대회는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에 관한 각국 정상 메시지를 끝으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에 의한 민주주의의 피해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와 민주정치 시스템을 지키고 청년들에게 자유민주주의에 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2021년 출범했다. 중국·러시아 등의 부상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협력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 취지다. 미국 바깥에서 열린 것은 이번 서울대회가 처음이다.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부 장관도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중국이 당연히 반발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서울은 불과 70여 년 전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침략으로 폐허가 됐던 곳"이라며 북한·중국을 겨냥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 탓"이라며 반발했다. 한·중 간 이같은 공방은 한반도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립하는 가장 첨예한 지역임을 보여준다.

아시아·아프리카·중동·남미 등 민주주의 저개발국이 볼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최상의 발전 모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쓰레기통에서 피워 올린 가장 아름다운 장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임에 틀림없다. 18일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의 데이먼 윌슨 회장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세계의 민주주의가 공격에 직면했는데 한국은 민주주의 회복을 견인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민주주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씁쓸하다. 대장동 등 중대 범죄혐의자가 다수당 대표가 되어 있다. 감방에 있어야 할 사람이 비례신당을 만들어 인기를 얻는 광경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법치가 허물어지는데 바깥에선 우리를 민주주의 모델로 본다. 이 희한한 역설(paradox)을 어떻게 봐야 하나. 위기에 빠진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한국 민주주의. 오는 4월 10일이 분수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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