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위권이지만 이들을 위한 육아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연합
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위권이지만 이들을 위한 육아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연합

육아 및 출산을 위해 휴직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이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정책에서 자영업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가 직장인 중심의 고용보험을 토대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직장인·자영업자 구분 없이 모든 부모를 포괄하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지원 폭을 넓히는 고용보험 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취업자의 22.4%인 약 628만 명이 자영업자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43만 6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7만 9000명, 그리고 자영업자의 가족으로 일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 76만 9000명 등이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육아대책 가운데 자영업자가 수혜자인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영업자가 지원받기 힘든 것은 우리나라의 육아대책 대부분이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혜택 대상이다.

올해 들어 시행·추진된 정책만 살펴봐도 임금근로자인 직장인을 위한 대책이 대다수다. 올해부터 ‘3+3 부모육아휴직제’는 ‘6+6’으로 확대 개편됐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통상 임금의 100%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직장어린이집 위탁보육료 지원금을 비과세하기로 하고 지난 1월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했다.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출산장려금 1억 원’을 계기로 세제당국은 지난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무원을 대상으로는 육아휴직수당을 기본급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고, 복직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출산휴가급여는 2019년부터 1인 자영업자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지원이 제한되는 등 여전히 직장인이 중심이다. 자영업자들은 불규칙한 소득과 근무 때문에 육아의 모든 시간이 비용이다. 자신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마당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할 때면 돌봄은 ‘비상’이 된다. 대체근로를 투입하면 인건비를 또 부담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외국에서는 건강보험이나 부모보험 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학생, 실업자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고용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으면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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