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간 막판 갈등 국면에서 일단 대화 채널은 뚫렸다.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로 정부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의·정이 "대화로 풀자"는 데는 합의한 모양새다.

의대 교수들은 25일 집단 사표를 내기로 한 절차를 진행했다. 100명 가까이 사직서를 낸 곳도 있고, 총회를 열고 일괄 제출한 의대도 있다. 전의교협은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 결과를 놓고 "알맹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예상된 반응이다.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면 당연히 진통이 따른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화의 채널이 뚫린 건 전공의들이 지난 2월 19일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시기적으로 꽤 늦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의·정 갈등을 풀기 어렵다. 협상에 임하는 양측이 모두 진지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며 풀어가야 한다. 의·정 협상은 오로지 ‘돈 땡깡’을 부리는 민노총 협상과는 다르다. 또 달라야 한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에 심각한 상처가 나지 않아야 하며, 의사들의 직업 윤리와 사회적 권위가 존중되는 방향에서 결말을 이끌어내야 한다. 협상의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권이 기본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협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의 생명권이 무시된다면 그런 협상은 때려치우는 게 낫다. 국민은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렸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일부 이익단체들의 이기주의, 좌파 정권의 얄팍한 포퓰리즘이 맞물리면서 의대 증원을 계속 미뤄오다 오늘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옳다. 따라서 의대 증원을 하는 목표와 방법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수의료 항목에 중점을 두고, 지방의료를 충분히 살리는 묘수를 찾아내면 된다. 대화를 끝까지 유지하고 계속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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