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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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유럽이 ‘탈(脫)원전’ 기조에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美·유럽 등이 10여 년 만에 ‘親원전 유턴’한 것이다. 한국은 2022년 5월 윤정부 취임 이래, 2018년부터 5년간 文정부의 재앙적인 ‘탈원전정책’을 폐기하고 ‘親원전’으로 유턴한 후 한국 원전 설계부터 생산까지 ‘원자력 생태계’를 급속히 회복시키며 원래의 글로벌 원전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 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자력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를 개최했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원전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유럽에서 원자력에만 초점을 둔 정상급 회의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넷제로(Net Zero, 탄소 순 배출량 ‘0’)를 향한 가성비 좋은 경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설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 분야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원전 수명 연장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 용량 30만㎾급) 등 기술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우리(유럽)는 원자력 분야에서 70년 넘은 전통을 갖고 있다"며 "넷제로 목표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럽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 산업을 다시 육성하겠다는 ‘확’ 달라진 유럽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천연가스·원유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는 EU의 목표 달성이 여의찮을 것이란 경고음이 나오면서 원전이 ‘저탄소 청정에너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親원전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전체 원자력 발전량의 48.4%를 생산하고, 전체 유럽연합 투자액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원전 강국’이다. 또한 주로 동유럽 국가들인 이른바  ‘원자력 동맹’인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체코, 핀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그리고 불가리아 등 10개국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유럽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인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원전 확대 시 러시아 핵연료 의존도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건 고민거리다. 러시아 국영 기업인 로사톰은 세계 최대 핵연료 공급 업체이자 원자로 수출 기업이다.

미국과 유럽의 노후화한 원전 대부분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회의에는 EU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을 포함한 30개국 정상과 대표단과 관련 업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한국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여했다. 

대한민국은 67년간의 원자력 연구와 사고율 제로(ZERO) 원전을 운영하는 원전의 세계적 강국이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 도입을 처음으로 결정한 이후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5곳의 원자력 발전소와 2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이며, 회사 단위로는 세계 2위의 원자력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Korea Hydro & Nuclear Power, 2001 창립)이 있다.

원전은 한국 내 전체 전기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안전성 및 경제성을 크게 개선한 1400MW의 전기출력을 갖는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1400MW)을 개발한 후 신고리 3·4호기와 2009년에 아랍에미리트에 수출계약을 맺은 4기의 원전이 APR-1400이다. 또한 연구용 원자로 부분에서는 2009년 요르단에 JRTR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여 2016년 완공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소형모듈형 원자로(SMR) 부분에서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 기술로 설계한 다목적 소형로인 스마트 원자로 설계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1983년 고리 원전 가동을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원전의 완벽한 운영과 설계부터 제작·운영·수출 실적으로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몇 안 되는 전력 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향후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과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들로부터 신규 원전 수주의 낭보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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