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두 가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나는 수사기관인만큼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있는 고위공직자가 기소되어 사법적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 준수다.

수사 면에서 공수처의 성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가 청구했던 5건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3년간 기소한 3건 중 2건은 1심 또는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고, 단 1건만 1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 판결이 내려져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건 공수처의 역량 탓이라고 쳐도, 정치적 중립성은 태도와 자세 문제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종섭 호주 대사가 귀국했지만 공수처는 당분간 소환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 국방장관을 출국 금지할 정도였으면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조사가 진행됐어야 했다. 지금처럼 도피성 임명이니 뭐니 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고 야당이 이를 선거 도구로 이용하는 상황이 됐으면, 귀국한 이 대사를 즉시 소환 조사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대사 소환 계획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도 안 되어 있고, 피의 사실 입증과 법리 적용에 자신이 없다는 말 아닌가.

정히 시간이 필요하다면 ‘당장 소환 계획은 없지만 소환할 경우 이 대사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 정도는 나와야 한다. 그러면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다. 이것이 야당과 일부 언론의 총선용 선동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책임있는 자세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 대사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가라앉히려는 노력 대신 ‘수사 상황에 대해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식의 모호한 말장난을 일삼고 있다. 이는 이 사건이 정쟁화 되는 것을 부추기는 언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수처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이 대사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는 실형은커녕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다. 무엇보다 공수처의 당초 기능이 부패범죄 척결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 혐의는 성격상 공수처 본래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수사 역량에서 낙제 정도가 아니라 퇴출 수준의 허접함을 입증한 공수처가, 자기를 만들어 준 민주당에 보은이라도 하는 듯 ‘정치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이런 공수처가 과연 계속 있어야 하는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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