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을 위해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내부. /LS전선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을 위해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내부. /LS전선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을 위해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다. 친환경 흐름에 맞춰 세계 각국이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전력망을 연결할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각지에 속속 구축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해저케이블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는 향후 진행될 해상케이블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미리 해저케이블 생산설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26일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CRU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지난 2022년 49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에서 오는 2029년 217억 달러(약 2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향후 30년간 추가로 설치될 해저케이블 길이가 20만㎞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4만㎞에 달하는 지구 둘레를 다섯 바퀴 이상 감을 수 있는 규모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는 2025년 초까지 전력 수요의 상당수가 해상풍력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면서 해상케이블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글로벌 전력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전력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때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필수재로 꼽히는 것이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이 필수다. 해저케이블은 바닷속의 높은 압력을 견디고, 지진 등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운반하도록 특수 제작된 전력 케이블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발맞춰 바다와 육지는 물론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전력망 구축 수요가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단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해저케이블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수천억 원대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 최근 대만이 15기가와트(GW) 규모의 펑미아오 해상풍력 발전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만이 발주할 해저케이블 규모를 약 3조 원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약 6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1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설치에 약 4500억 원의 해저케이블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추후 베트남에서 발주할 액수는 2조~3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세계 각국의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전력케이블 수요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래된 전력망을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력망은 20~30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한데, 현재 미국 전력망의 70% 이상은 25년이 넘을 정도로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유럽연합(EU)도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리파워 EU 정책을 발표, 오는 2030년까지 437조 원을 투입해 관련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서도 660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전력망 구축 및 현대화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향후 폭증할 것으로 보이는 해저케이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제조시설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S전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설비 분야에 1조 648억 원을 투자했다. 추가로 올해 설비 분야에 6915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설비 투자액 3733억 원보다 85% 증가한 규모다.

또한 LS전선은 구본규 사장이 직접 나서 신규 해저케이블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이 신축 공장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아울러 LS전선은 미국과 영국 등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신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1월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99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5%인 9400억 원이 해저케이블 신규 공장 건설 및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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