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중심에 있는 권도형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송환될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에서 권씨의 사기 혐의에 대한 재판이 그가 없는 상태로 시작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인 데번 스타렌은 25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서 "테라는 사기이자 사상누각(house of cards)이었으며 그게 무너지자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권도형씨가 대표로 있는 테라폼랩스의 변호인 루이스 펠레그리노는 美증권거래위원회(SEC)가 SEC에 유리한 증거와 SEC가 이길 경우 내부고발자 보상금을 받기를 바라는 증인들의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씨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패튼은 권씨가 암호화폐를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묘사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美SEC는 지난 2021년 11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2018년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권대표는 암호화폐인 테라와 루나를 발행했는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로 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美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지난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가격을 부양하기 위해 제3자와 비밀리에 계약해 다량의 테라를 매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美SEC는 테라폼랩스의 이같은 시세 조작으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알고리즘 덕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 주장했다.

권도형 대표의 변호인인 패튼은 "권씨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창립한 회사와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믿었다"면서 "실패가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권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