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보면 한국 언론의 지적(知的)·사상적 얄팍함이 집약된 신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중차대한 정치적 전환 시기 또는 선거철이 되면 조선일보 기회주의 DNA는 여지없이 도지는 불치병이다. 중대한 시기에 조선일보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판단한다. 그 다음은 홧김에 서방질 보도다. 박근혜 탄핵 때가 딱 그랬다. 일종의 사회역사 인식의 조루(早漏) 현상이다.

27일자 조선일보 5면이 그런 모습이다. ‘與도 野도 술렁거린다…범야권 200석론’ ‘탄핵이든 개헌이든 200석 땐 野 뜻대로, 尹 거부권도 무력화’ 기사를 실었다. 말미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이제는 100석만 넘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썼다. 지금부터 2주간 공식 선거일정에 돌입하는데 다 끝난 것처럼 보도한다. 아닌 말로 ’GRBG 조루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200석론’은 박지원이 불지폈다. 그런데 내막을 알고 보면 ‘범야권 200석론’의 발상지도 조선일보다. 16일자 동아일보는 ‘서울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주에 비해 15%p 떨어졌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1주만에 갑자기 15% 떨어진다니? 누가 봐도 말이 안된다. 알고보니 표본수치를 오해한 동아일보 오보였다. 선관위 규정은 전국 대상 표본은 1000명 이상, 지자체는 500명 이상의 조사만 오차범위를 감안해 유의미한 것으로 본다. 동아일보는 전국 표본만 보고 ‘서울지역 187명’을 간과해 오보를 내보낸 것이다. 지자체 표본수 187명일 때 오차범위는 ±8.0%p가 된다. 위아래 16%가 왔다갔다 한다는 뜻이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오보를 조선일보가 따라갔다. 20일자에 ‘이종섭 출국 뒤 서울서 15%p 빠져…與 후보들 중도층 다 날아가’ 등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전 언론사로 증폭돼 버렸다. 첫 오보를 따라가면서 모조리 절벽으로 질주하는 ‘언론 레밍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범야권 200석론’은 20일자 조선일보 오보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 의문이다. 현 조선일보는 과거와 다르다. 주필부터 대체로 2류 지식인들로 구성돼 있다. 1류 기자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평균치 1.8~2.2류 정도로 구성돼 있다보니 자기 검열이나 제대로 하고 있을지…불쌍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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