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연합

최근 일본이 제안한 일북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을 언급했던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발언 하루 만인 지난 26일 돌연 입장을 번복하면서 일북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일본의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한 것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일북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경우 북한은 기시다 내각에 과거사 배상 문제를 제안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7일 일본 요미우리 소속 한국특파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5일 김여정 부부장이 기시다 내각이 정상회담을 제안해 왔다고 발표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를 뒤집었다. 이는 일본이 정상회담 의제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핵 문제를 제안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북한도 기시다 총리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핵 문제 해결 등이 거론될 것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은 일본이 납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번 정상회담 제안 루트(경로)에 대해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에선 납치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따라서 만약 정상회담이 열렸어도 납치 문제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일본의 정상회담 제의 사실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인 26일 돌연 "일본과 어떤 접촉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 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면서 "(일본은 본인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핵·미사일 현안이라는 표현을 꺼내들며 우리의 정당방위에 속하는 주권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려 들었다. 해결되려야 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불가 극복의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 수상의 정략적인 타산에 조일관계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며 "전제조건 없는 일조(일북)수뇌 회담을 요청하면서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일본 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조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같은날 저녁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코멘트 하나하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 "일본으로서는 북한과 사이의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종래 방침에 따라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북 정상회담 실무 접촉 과정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벼랑 끝 협상 전술을 폈다고 평가했다. 납북자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거론하자 계속 이 문제를 언급하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YTN에 나와 "북한은 종국에는 일본과의 수교를 원한다.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과거사) 배상금을 받아 북한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다만,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이 납치 문제 해결된 것은 없다고 못 박자 이에 대해 김여정이 반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 일본과 북한의 만남은 이뤄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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