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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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올해 96만 명을 거쳐 내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노령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등으로 이뤄진 국민연금 가운데 조기노령연금은 애초 받을 나이보다 1∼5년 앞당겨 일찍 타가는 것을 말한다.

조기노령연금은 연금액을 미리 당겨 받는 만큼 일종의 ‘페널티’가 있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금액이 연 6%씩 깎여 3년 먼저 받으면 18%, 5년 미리 받으면 30%가 감액된다. 원래 받을 나이가 됐다고 연금액이 다시 올라가지도 않는다. 5년 일찍 받으면 당초 받을 연금액의 70%를 죽을 때까지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조기노령연금은 ‘손해연금’으로 불린다.

조기노령연금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래 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로 인해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신청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을 견디지 못해 조기노령연금 신청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55∼64세가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그만둔 나이는 평균 49.4세에 그쳤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현실 정년은 49세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금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마저 늦춰지면서 소득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반면 고소득층은 수급 시점을 늦춰 더 많은 연금액을 타가는 빈부격차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총 84만 9744명이다. 이는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이자 전년 동기의 75만 567명과 비교해 1년 새 13.2% 증가한 것이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올해 96만 1314명을 거쳐 2025년에는 107만 504명으로 증가하는 등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영향이 크다. 지난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국민연금 수급 나이를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추도록 바꿨는데, 마침 지난해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린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2세가 돼 당초라면 국민연금을 수령할 예정이었던 1961년생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국민연금을 타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로 몰린 일부가 소득 공백을 이기지 못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건강에 대한 걱정, 그리고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루라도 빨리 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이 연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간 공적연금 수급액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년을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당시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인 A값을 초과하면 안 된다. 만일 조기노령연금을 받던 중에 A값 초과 사실이 확인되면 국민연금 지급이 중지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과반수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소득 월액인 B값이 A값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A값은 286만 1091원인데,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중 B값이 250만 원 미만인 경우가 55.1%에 달한 것이다.

반면 연기연금 수급자 중에서는 B값이 300만 원 이상인 비율이 61.2%였다. 연기연금은 국민연금 수급권을 취득한 이후 5년까지 수령 시점을 늦추면 원래 노령연금보다 1년당 7.2%씩 최대 36%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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