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은행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터넷은행이 사업 지속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섰다. 지난 2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에 나선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연합
‘반쪽’은행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터넷은행이 사업 지속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섰다. 지난 2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에 나선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연합

인터넷은행은 영업점 없이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영위한다. 이 때문에 점포 운영비 등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기존 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은행 시대를 열었다.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가계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든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중금리는 한 자릿수의 저금리와 20%대 고금리 사이의 금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신용평점 하위 50%)인 중·저신용자는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은행의 저금리 상품을 이용하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같은 문제의 대안이 바로 중금리 상품이다.

출범 초기 인터넷은행이 가계 신용대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앞세워 중·저신용자 고객을 확보한 것은 물론 기존 은행은 엄두도 내지 못할 낮은 대출금리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중금리를 통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금융당국의 지원도 한몫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태생부터 ‘반쪽’ 은행이다. 출발이 늦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에 비해 자본 규모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더구나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돼 있는 은산분리 규제로 편법 증자가 이뤄지다보니 제대로 자본도 확충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만이라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성장세 역시 주춤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인터넷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많이 빌려주는 만큼 가산금리 등의 영향으로 평균 금리가 기존 은행보다 높아지게 됐다. 이자부담을 줄여야 하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 대출 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기존 은행의 금리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발 빠르게 디지털화에 나서면서 대출 창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모바일 앱으로 대출을 받으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기존에 자신들의 강점을 기존 은행도 갖추면서 금리 매력도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그리고 기업대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 신용대출만으로는 사업 지속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다.

제도적 여건이 달라진 영향도 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의 가계대출에는 115%, 기업대출에는 85%의 예대율 가중치를 적용해 가계대출을 줄이도록 유도해 왔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로 높은 가중치를 적용하면 대출이 실제보다 더 많은 것으로 계산돼 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때 가계대출에만 100% 가중치가 적용됐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인터넷은행도 기존 은행과 같은 예대율 가중치를 부여받게 된다.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으면 예대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2일 은행권 최저 수준인 연 3%대 금리의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최대 한도는 6억3000만원이며, 업계 최초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 동안 받지 않는다. 현재는 아파트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지만 향후 다세대주택 등으로 담보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전면 비대면, 무보증·무담보 상품이다. 수입이 정기적일수록 금리와 한도를 우대해준다. 최대 한도는 1억원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올해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기업대출은 개인대출보다 운용이 복잡해 시스템을 갖추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