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웰링턴 한국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 투표소에서 현지 교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재외 투표가 시작되는 곳이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제공. /연합
뉴질랜드 웰링턴 한국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 투표소에서 현지 교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재외 투표가 시작되는 곳이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제공. /연합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27일 시작되면서 15만 명에 이르는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는 그간 야당 지지세가 강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재외동포청을 설립하는 등 재외국민 권익 증진에 힘써왔던 만큼 국민의 힘·민주 양당 모두 표심 구애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7일 오전 4시(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뉴질랜드대사관·오클랜드총영사관 재외투표소를 시작으로 내달 1일까지 엿새간 진행된다. 재외 유권자는 지난 11일 기준 14만 7989명으로 세계 115국 178개 재외공관의 220개 투표소에서 4월1일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재외국민 투표 첫날인 이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재외동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며 초반 기세 몰이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손을 모으며 ‘셰셰’(감사합니다의 중국어)라고 표현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주권적 영역의 상호주의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설립한 재외동포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투표가 시작된 뉴질랜드의 경우 수도 웰링턴 주재 한국 대사관과 오클랜드 분관에 투표소가 설치됐으며 등록 유권자 1564명 가운데 180명이 첫날 투표에 참여했다. 웰링턴 대사관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교민도 있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웰링턴 한국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 투표소에서 현지 교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재외 투표가 시작되는 곳이다.

미국(3만 3000여 명) 다음으로 재외국민 유권자 수가 많은 일본(2만 4000여 명)은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10개 지역에 재외투표소가 설치됐다. 도쿄 한국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20살 청년부터 94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가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은 재일교포 이두치(94) 할머니는 "택시를 타고 투표하러 왔다"면서 "우리나라를 위해 투표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 국민투표가 27일 시작된 가운데 재일교포인 94세 이두치(사진 왼쪽) 할머니가 일본 도쿄 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 국민투표가 27일 시작된 가운데 재일교포인 94세 이두치(사진 왼쪽) 할머니가 일본 도쿄 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

79년 전인 15세에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왔다는 이 할머니는 이날 투표의 의미에 대해 "우리나라가 통일돼서 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사는 선거권을 가진 18세 이상 한국 국적자는 32만 9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7.4%인 2만 4346명의 재외국민이 투표하겠다고 등록했다.

미국 지역 재외국민 투표는 주미 대사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등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는 4월1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일부 지역 투표소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운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투표에 등록한 미국 현지 영주권자와 일시 체류자 등 재외선거 유권자는 모두 3만 3615명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등록 유권자(4만 562명)와 비교하면 17% 가량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재외투표를 위해 사전 등록한 유권자 중에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아 선거 참여 의지를 보여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한인들이 밀집한 미 서부 주LA총영사관 투표소에서는 이날 오전 8시 투표소가 열리기 전부터 10여 명이 먼저 도착해 줄을 섰다. 이어 오전 내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9시께 투표를 마친 김모(80) 씨는 미국에 온 이후 23년간 빠짐없이 재외투표를 해왔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그것이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나는 이제 얼마 못 살지만 내 손자들과 그 후손들, 우리 민족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정치인들이 모색해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미국 뉴욕 총영사관의 재외투표 안내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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