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등 생산과잉 관련해 연설하는 옐런 미 재무장관. /로이터=연합
중국 전기차등 생산과잉 관련해 연설하는 옐런 미 재무장관. /로이터=연합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중국의 전기차 및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조지아주에 위치한 태양광 업체 방문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노동자와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압박할 것"이라며 그린 에너지 분야에 대한 중국의 과잉 투자는 자체 경제 성장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옐런 재무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자국産 전기차에 대한 미국 측 보조금 집행을 시정 요구한 세계무역기구(WTO, 제네바)에서의 분쟁 해결 절차가 26일(현지시간) WTO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시된 바로 다음 날 발표함으로써 더욱 관심을 끌었다. 26일 중국의 WTO 제소에 대해, 같은 날 캐서린 타이 美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성명에서 "중국은 중국과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중국 제조업체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공정한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소 미·중의 ‘건설적 관계’를 강조해온 재닛 옐런 장관도 이번 27일자 연설에서 캐서린 타이 美USTR 대표과 동일한 맥락을 유지하며 "과거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에서 중국 정부가 과잉 투자와 과잉 생산을 주도, 이를 통해 저가로 양산된 제품을 기업들이 수출해 왔다"며 "이는 중국의 생산과 고용은 유지했을지언정 나머지 세계의 산업을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은 현재 전기차와 태양광,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가파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물량 공세로 국제 시장 가격 왜곡을 야기하고 경쟁국의 산업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제기된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의 60%는 중국산으로 집계될 정도로, 이른바 그린 에너지 산업에서도 중국의 시장 침투는 위협적인 상황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도입해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쓰고 있으며, 유럽 역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옐런 장관의 중국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신흥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중국을 압박한 같은 날인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에서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을 실무방문하고 있는 뤼터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진정으로 안전한 세상은 깊은 통합과 상호의존의 세상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관영중국중앙 TV=연합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중국중앙 TV=연합

시 주석의 발언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를 향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어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출구가 없다"며 개방적 협력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네가 져야 내가 승리한다’는 흑백논리의 이원적 사고가 낡은 것이라고 여겨왔다"면서 "중국인은 발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이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더라도 과학기술의 자립자강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과 네덜란드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안정적이고 빠르게 발전해 각 분야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네덜란드로부터 고품질(첨단) 제품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며 네덜란드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며 네덜란드가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투명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농업, 수리, 에너지 등 분야의 전통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녹색 전환, 실버산업 등 분야의 협력 잠재력도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이밖에 그는 네덜란드가 중국과 유럽과의 상호 이해를 촉진하고 건설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뤼터 총리는 "디커플링은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적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중국의 발전 이익에 해를 끼치는 모든 조치는 자신의 이익도 해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는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서 심화시키고 인적 교류, 경제·무역, 탄소 배출 감소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뤼터 총리는 중국이 작년 12월 1일부터 네덜란드에 대해 1년간 시범적으로 최대 15일간 비자 면제 조처를 한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시했다.

중국 리창 총리도 이날 뤼터 총리와 별도로 회담했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오늘날 세계는 변화와 혼란이 교차하고 보호주의와 냉전적 사고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양국이 경제·무역 협력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인공지능, 녹색 전환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는 한편 해상 풍력, 태양광 발전 등 분야에서 혁신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향해서는 "제한적인 경제·무역 정책(규제조치)과 무역 구제조치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EU가 전기차와 태양광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고 유럽 업체를 보호하는 조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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