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400조원 투자...유럽-세계 간 종속관계 아닌 지속가능한 연결망 추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 나부끼는 EU 깃발들. /연합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 나부끼는 EU 깃발들. /연합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의 일환으로 추진된 중국-라오스 장거리 철도가 3일 개통을 앞둔 가운데, 유럽연합이 이에 대응해 유럽 자체 글로벌 인프라 투자전략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추진키로 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전 세계 사회기반시설, 디지털, 청정에너지 및 운송네트워크에 최대 3천억 유로(약 400조95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CNN이 전했다.

목표는 유럽의 공급망 강화, EU 무역 촉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투자와 전세계의 건강,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지구촌 모두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는 전염병 이전에 이미 큰 인프라 투자 격차에 직면해 있었다. 이를 위해 디지털화·보건·기후· 에너지·교통 부문과 교육· 연구 시스템 투자까지 포함된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통해 유럽과 세계 사이에 종속적 관계가 아닌 지속가능한 연결망을 만들기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 수십개국에서 철도·항만·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2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라오스 철도는 중국 윈난(雲南)성 성도 쿤밍(昆明)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1천35㎞를 연결한다. 라오스는 물론 태국 방콕을 지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범아시아 철도 연결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6년 착공된 중국-라오스 장거리 철도는 총 60억 달러(약 7조1천억원)가 투입됐으며, 속도는 시속 160km 수준으로 쿤밍에서 비엔티안까지 10시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또 철도의 개통으로 운송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은 작년 보고서에서 철도 개통으로 운송비가 30∼50% 정도 절감되며, 2030년엔 중국과 라오스 간 교역량이 370만t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라오스 철도가 라오스의 물류 중심국 전환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양국의 운명 공동체 건설을 가속할 것" "지역의 연결과 산업 공급망 안정을 통해 지역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 주석은 철도 개통식에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철도 건설비용의 70%를 중국이 지원하고 30%는 라오스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았다는 점 때문에 라오스가 부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관리들은 중국이 제시하는 자금 지원 조건은 보통 불리하거나 투명하지 않아, 일부 가난한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채를 통해 중국에 의존적인 처지가 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관련국들이 부채로 곤경에 빠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EU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며, 다른 국가를 지원함으로써 EU도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등 상호이익 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U의 자금은 보조금, 융자 등의 형식으로 EU기구와 회원국 정부, EU 금융기관, 회원국 개발은행에서 나올 예정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체제의 등장과 더불어 중국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세계 전략이다. 당초의 공언과 달리 관련국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아, 일대일로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본적 의식주 해결이라던 ‘중국몽’이 어느덧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공감대다.
 

자유무역과·자유항행과 달러 결제라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대한민국이 지난 수십년 무역·통상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기본 조건이었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같은 질서에 대한 전면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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