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작고한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유고 ‘안민학-지도자의 길’에서 발췌한 것이다.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 이 글을 통해 새삼 국가 지도자 상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주>

故 박세일
故 박세일

지금 대한민국에 여러 어려운 문제가 등장하는 주 이유의 하나는, 정치지도자와 행정지도자들이 경세학(經世學) 내지 지도자학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나라 운영의 큰 책무를 맡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지도자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지도자의 길을 가려면 적어도 네 가지 능력과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갖추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첫째, 애민(愛民)과 수기(修己)다. 무엇보다 먼저 지도자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하고 자기수양에 앞장서야 한다. 자기수양의 핵심은 사욕과 소아심(小我心)을 줄이는 것이고 공심(公心)과 천하심(天下心 ·천하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마음)을 확충하는 것이다. 공심(公心)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자질이다.

둘째, 비전과 방략(方略)이다. 지도자는 최소한 세계 흐름과 국정 운영의 대강(大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공동체가 나갈 ‘큰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시킬 ‘큰 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민(安民)과 경세(經世)의 꿈과 방략을 가지지 않고, 치열한 준비도 없이 고민도 없이 안민하겠다고 경세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하여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아니 죄악이다.

셋째, 구현(求賢)과 선청(善聽)이다. 안민하는 경세를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천하의 현명한 인재들을 많이 구하여야 한다. 구현(求賢)이다. 세상을 경영하는 것은 지도자가 자기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 최고 인재의 머리로 안민하고 경세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최고 인재를 구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인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선청(善聽)이다.

넷째, 후사(後史)와 회향(回向)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시대가 끝나고 올 다음 시대를 배려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그것이 후사이다. 그것이 역사의식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알아야 하고 다음 세대가 해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다음 세대가 성공하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도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은 회향이다.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국민들과 역사에 회향하여야 한다. 이 시대 자신이 이룬 공을 함께 노력한 공직자 국민 그리고 오늘이 있게끔 만든 과거의 역사의 주역들에게 돌려야 한다. 그리고 본인은 빈 손으로, 빈 마음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야 한다. 표표히 떠나야 한다. 이것이 큰 지도자의 풍모이다.

왜 지도자에게는 자기수양이 특히 중요하고 필요한가? 지도자가 국가비전과 방략을 바로 세우려면 지도자의 마음 자체가 공명정대한 공심과 대아심(大我心)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사심이 많으면 올바른 국가비전과 방략의 선택이 어렵다. 세상의 흐름을 올바로 읽고 국가가 나갈 대략을 잡으려면 지도자의 마음 자체가 청천백일처럼 공명정대하고 국민을 자기처럼 아끼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올바른 인재를 찾으려면 사심이 적어야 한다. 사심이 많으면 우선 사람을 올바로 볼 수 없다. 정견(正見)은 무사(無私)에서 나온다. 사심이 많아서는 올바른 인재 선택을 할 수 없다. 설혹 천하의 인재를 우연히 구했다고 해도 사심이 많으면 이야기를 진지하게 선청할 수 없다.그래서 <대학(大學)>에서 지도자 자신의 마음에 있는 명덕(明德)을 밝히는 것, 즉 공심과 대아심을 확충하는 것이 지도자학의 제1의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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