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를 만난 천하람 변호사는 이준석이 "빈손으로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며 "선대위 인선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불발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갑작스런 잠적은 윤석열 후보와 선대위에 대해 ‘무언의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무언의 항의 시위는 정치권에서는 몇 차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 후, 박철언 등 노태우 전 대통령 측근들이 다르게 행동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김무성 대표가 이한구 공천위원장 등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공천을 전횡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갔었다.

김영삼의 당무거부와 칩거는 노태우측의 양보로 성공적인 당무거부가 되었다. 민자당 내에서도 김영삼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김무성의 당무거부는 그의 별명이 된 "(옥쇄 들고)나르샤"라는 조롱을 받았고,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둘의 차이는 파업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민심의 흐름과 일치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즉, 김영삼의 당무거부는 민주화의 흐름 속에 김영삼 측이 명분을 쥐고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김무성의 당무거부는 당내 분란으로 비추어져 지지층 이탈과 총선참패로 이어졌고, 김무성도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명분의 차이도 존재하지만, 또 하나의 차이는 시위의 대상이 어떻게 행동하는 가의 차이도 존재한다. 김영삼의 당무 거부에 대해 노태우정권은 크게 당황해서 많은 양보를 했다. 그런데, 김무성의 당무 거부는 뚜렷한 요구도 없었기에 어떠한 것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복귀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준석의 당무거부 잠행을 살펴보자. 먼저 당무거부 잠행의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이 안된 것에 대한 불만인지, 후보의 일정을 자신과 상의하지 않아 ‘패싱’당한 것에 대한 불만인지, 선거운동 컨셉에 대한 불만인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두번째는 민심의 흐름을 거역하고 있다. 지금 민심의 흐름은 정권교체라는 것이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이준석의 당무거부는 정권교체에 훼방 놓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잠행에 대한 윤석열 후보측의 반응이다. 윤 후보측은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이준석의 당무거부 잠행이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준석을 취급하는 언론의 관심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 대표는 점점 더 조급해질 것이다. 벌써 천하람을 통해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조급함이 이미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사춘기 청소년이 무언가 불만을 품고 "나, 이제 밥 안먹어!"라고 선언했는데, 가족들 반응이 시원찮은 것이다. 그렇게 계속 식사를 거부하다 보면 배가 고파 오고, 결국엔 한밤중에 가족들 몰래 냉장고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윤석열 후보측이 잘 대해줘야 한다. 어찌 됐든 현재로서는 가출한 이준석 대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그가 가출을 포기하고 한밤중에 냉장고 문을 열 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고생한 것을 위로해 주도록 하자. 왜냐하면, 지금은 정권교체가 절실하고, 이준석과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좀더 많이 성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