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곡물 수입 금액이 지난달 9377억원을 기록하며 월 1조원에 접근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월 1조원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상반기 내내 곡물 수출을 중단하며 수입물가를 달굴 경우 한국은 본격적으로 곡물 수입 월 1조원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곡물 수입량은 196만4000톤, 수입금액은 7억5831만 달러(약 9376억5000만원)로 집계됐다. 톤당 가격은 386달러로 지난해 2월의 306달러보다 26.0%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2월의 262달러보다는 47.4%나 높은 것이다. 이로써 올해 2월 톤당 수입 곡물의 가격은 2013년 5월의 388달러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입 곡물 가격은 2020년만 해도 톤당 300달러 선을 밑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2월 300달러 선을 넘은 뒤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이 수입 곡물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밀의 경우 전 세계의 높은 수요 대비 원활하지 못한 공급으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옥수수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작황 우려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수입 밀의 톤당 가격은 369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7.3% 올랐고, 2년 전보다는 46.6% 상승했다. 옥수수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수입 옥수수의 톤당 가격은 335달러로 1년 전보다 40.1%, 2년 전보다는 63.4% 각각 올랐다.

밀·옥수수 등 수입 곡물의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국내 식품과 사료 등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자와 농가에 부담을 주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국내 식품회사들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줄줄이 식품가격을 올려왔다.

수입 곡물의 가격 상승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곡물 생산 및 유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식량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국가는 이미 밀 등의 곡물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 곡물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업계 재고 등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수입선 변경 등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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