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최영훈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회동이 무산됐다. 알고 보니 청와대가 5월9일까지는 내가 대통령이라면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아서다. MB 사면 문제가 걸림돌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임기가 두 달도 안 남은 문 정권이 공공기관·공기업 요직에 ‘낙하산 인사’를 계속 내리꽂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원자력안전재단,IPTV방송협회 수장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친정권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이달 들어서도 친문 인사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과 민주당 보좌관 출신을 가스안전공사,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에 각각 보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챙겨주며 인심을 써서 퇴임 후 신변안전을 위항 충성맹세를 받겠다는 거다.

역대 정권이 다 낙하산 인사를 했지만 문 대통령의 자기편 밥그릇 챙기기는 유별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가 나왔다. 문 정부 초기 1년 4개월간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낙점된 ‘캠코더’ 인사만 365명에 달했다.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지 못한 19대 민주당 의원 40명 중 20명이 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연금과는 인연조차 없는 전직 의원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전대협 의장 출신을 철도공사 사장에 꽂았다. 정권에 봉사한 관변 학자들에겐 경제사회인문연구원이나 노동연구원 같은 국책연구소 원장 자리로 보상했다. KDI원장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설계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5년 내내 자기편을 내리꽂은 것으로 모자라 임기말까지 ‘인사 알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 안보 동시위기에다 우크라이나발 대혼란, 코로나 확진 50만 돌파까지. 이런 안팎에서 퍼펙트 스톰이 닥치는데도 불난 집에서 튀밥이나 먹는 행동을 한다. 이게 나라인가? 문 대통령은 양아치운동권의 패거리 수장인가?

윤 당선인이 "우리와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했지만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맞선다. 지금 문 대통령이 자기편 사람들을 꽂아 놓으면 임기 2~3년 동안은 교체할 방법이 없다. 법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임기 도중에 내쫓는 것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공기업 수뇌부가 앞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면 국정 업무가 이루어지겠나. 인사를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게 맞는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선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 완료되기 때문에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내정할 뜻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정신차리기 바란다. 불과 50일 후면 퇴임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자세를 돌이켜보라. 윤석열 당선인은 더이상의 알박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잊혀진 존재로 양산 사저로 내려가, 대통령이 되게 해준 친구 노무현의 안식처라도 1주일에 한 번쯤 들러보려면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

15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우려를 두고 인사와 관련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권과 미래 정권의 입장 차이가 있자 공공기관들은 정권 교체기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인사는 가급적 자제하고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등이 출자해서 만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도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 등 사내·사외 이사 5명에 대한 선임 안건을 의결하려다가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모습. /연합
15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우려를 두고 인사와 관련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권과 미래 정권의 입장 차이가 있자 공공기관들은 정권 교체기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인사는 가급적 자제하고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등이 출자해서 만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도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 등 사내·사외 이사 5명에 대한 선임 안건을 의결하려다가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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