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와 유로화 환율 게시 중단한 러시아 환전소. 지난 9일(현지시간) 루블화와 유로화 환율의 표시가 중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의 한 환전소 전광판 앞에서 연주자가 기타를 치고 있다. /AP-연합
루블화와 유로화 환율 게시 중단한 러시아 환전소. 지난 9일(현지시간) 루블화와 유로화 환율의 표시가 중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의 한 환전소 전광판 앞에서 연주자가 기타를 치고 있다. /AP-연합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1억1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이자를 투자자에 지급하도록 지시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러시아가 채권자들에 대한 의무를 잘 이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화로 우리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는 우리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불허하면 불가능할 수 있다"며 공을 미국 측에 넘겼다.

지급될 이자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동결된 해외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투자자들이 이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이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루블화로 이자를 결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가치가 40% 정도 떨어진 루블화로 이자를 받을 채권자는 없으므로, 사실상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뉴욕 은행 종료시간까지 유럽과 미국의 러시아 채권 보유자가 달러 현금으로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외화채권의 이자 지급이 최대 30일의 유예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4월 15일 러시아 정부가 달러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이달 21일 6563만달러, 28~31일 5억4853만달러, 다음달 4일 21억2938만달러 규모의 만기국채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장기적인 전 세계 경제질서 재편 가능성을 전망했다. 무역·관광·금융 분야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들과 라틴 아프리카 국가들,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식량의 80%를 조달받는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식량불안, 에너지 공급망 차질의 여파를 겪으며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수용해야 하는 동유럽 국가들 역시 향후 경제적 압박을 느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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