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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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의 쌍두마차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과 일본, 아시아, 북미를 넘어 유럽에서 글로벌 웹툰시장의 패권을 놓고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펼친다.

첫 격전지는 프랑스다. 유럽 최대 웹툰시장인 프랑스를 선점하면 이를 교두보 삼아 유럽 전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양사 모두 올해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인 데다 최근 물러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와 의장직 사퇴를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유럽 웹툰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라 누가 승기를 잡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북미에 본사를 둔 웹툰 계열사 네이버웹툰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 프랑스에 유럽지역 웹툰사업을 총괄할 신규 법인 ‘웹툰EU(가칭)’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인이 신설되면 네이버웹툰은 북미·한국·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거점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웹툰은 그동안 글로벌 웹툰 플랫폼인 ‘웹툰(WEBTOON)’을 통해 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럽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총괄법인 설립을 계기로 연내 프랑스어 200여편, 독일어 100여편의 신작을 추가해 콘텐츠 다양성을 넓힘으로써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론칭한 것보다 2배가량 많은 작품 수다. 또한 신진 작가 발굴·육성을 위한 별도의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16일 한성숙 전 대표를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선임한 것 역시 이 같은 유럽 웹툰시장 생태계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5월경 출국해 프랑스와 스페인, 한국을 오가며 관련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맞수이자 K-웹툰 플랫폼의 또 다른 거두인 카카오도 프랑스 웹툰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7일 카카오의 웹툰 계열사 카카오픽코마가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지난해 설립한 유럽법인 ‘픽코마 유럽’을 통해서다. 네이버의 유럽총괄법인 설립이 이에 자극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카카오는 일본에서 네이버웹툰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현지화 중심 전략을 프랑스에도 이식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K-웹툰 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초기 시장을 다져가는 한편 유럽 전역의 만화 작품을 웹툰화해 현지에 최적화된 작품을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네이버가 한 전 대표를 지휘관으로 내세웠다면 카카오는 설립자인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선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14일 카카오 의장직 사퇴와 함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자 카카오픽코마의 사내이사로서 해외시장에 올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양사가 프랑스에 집중하는 것은 프랑스가 갖는 상징성과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국가 중 최대인 2억9800만달러(약 3600억)의 웹툰 시장이 형성된 프랑스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야 유럽 전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양사의 판단이다.

현재 유럽 웹툰시장은 아시아와 북미에 버금가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을 포함한 글로벌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유럽의 비중은 올해 26.6%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의 2028년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 추정치 262억1359만 달러(약 32조원)에 대입하면 6년 뒤 69조7000억원의 먹거리가 양사 앞에 놓이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래 캐시카우로서 유럽 웹툰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출발은 네이버가 앞서 있다. 프랑스어·독일어 웹툰이 지난달 양대 앱마켓(구글플레이·앱스토어)에서 매출 기준 웹툰·만화 앱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추격자인 카카오픽코마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도 일본에서 보여준 대역전극을 자신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조사업체 앱애니에 의하면 전 세계 만화 앱 매출 1위는 카카오픽코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양사의 승부는 결국 양질의 킬러 콘텐츠와 현지화에서 갈리겠지만 당분간은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하면서 선의의 경쟁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며 "승패를 떠나 K-웹툰 산업의 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사실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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