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6부작 드라마 ‘지옥’을 개봉 당일 보았다. 천사가 특정인에게 나타나 ‘몇 날 몇시에 너는 죽어서 지옥에 간다’고 고지하고 실제로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불태워지는 초자연적 현상이 소재다. 이 현상이 권선징악을 실현하려는 ‘신(神)의 의도’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이에 맞서는 사람들 간의 대결이 다뤄진다.개봉 하루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1위에 오른 후 열흘 동안 정상을 지켰던 ‘지옥’의 글로벌 흥행에는 강렬한 도입부의 효과가 컸다. 1화 도입부에는 고지를 받은 남자가 예고된 시간에 나타난 지옥의 사자들에게 쫓기다 갈갈이 찢기고 불에 타 죽는다. 남자가 처형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21세기 도심 한복판에서 왜 이런 불가사의한 현상이 벌어지는지 궁금증을 품은 시청자는 끌려든다.

새진리회는 고지를 받은 미혼모에게 지옥행 ‘시연’을 생중계하게 해 주면 30억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그녀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받아들인다. 예고된 시간, 지옥으로 끌려가는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되고 고액의 참관료를 지불한 VIP는 이를 지켜본다. 전국은 혼란에 빠지고 새진리회와 화살촉 세력은 더 커진다. 화살촉은 신의 뜻을 앞세워 테러와 살인도 서슴지 않는 새진리회 광신도 집단이다.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지극히 황당한 ‘지옥’의 설정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해서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고지’를 이용해 권력 확장에 혈안이 된 새진리회 간부들,실시간 방송을 통해 반대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응징을 선동하는 해골가면,방송에서 자신들을 비판한 교수를 찾아가 살해하는 화살촉회원들…좌표를 찍고 몰려가 악성 댓글을 달거나 거짓정보를 쏟아내도록 유도하는 일부 유투버가 겹쳐지는 건 아직도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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