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부터 2년간 유지한 제로 금리 정책의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부터 2년간 유지한 제로 금리 정책의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한국의 금리보다 미국의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또한 올해 6회, 내년 3~4회 등 2년 동안 10회 안팎에 걸쳐 기준금리를 2.8%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경우에도 국내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선도금리계약(FRA)과 과거 실질금리 추이 등을 통해 추정한 시장의 국내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는 연 2.00∼2.25%다.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시장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예상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연준은 이달 FOMC 정례회의 뒤 공개한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수준을 올해 말 연 1.9%, 내년 말 2.8%로 전망했다. FOMC에서 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뿐만 아니라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FOMC는 총 17명의 위원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점도표는 이들 각각이 제시한 기준금리를 말한다.

이로 미뤄보면 이번 금리 인상기에 국내 기준금리는 최대 연 2.25%에 그치는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그 이상 높아지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역전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올해에는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하지만 3월 FOMC 이후 한미 기준금리 기대는 미국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미 연준의 점도표가 제시한 것만 봐도 기준금리 수준이 비슷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국채 10년물 금리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간의 차이는 지난해 말 73.6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25일 39bp까지 좁혀졌다. 2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21일 미국 국채 금리가 오히려 5bp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경우 외국인 자본의 유출이 우려될 수 있다. 금리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 등을 비춰봤을 때 자본 유출의 위험은 적다고 예상한다.

실제 가장 최근의 기준금리와 한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동시에 역전됐던 2018년 초부터 2020년 초까지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자본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차가 역전되는 만큼 외국인의 선물환 수익은 높아지는 유인이 있어 금융위기 이후 한미 채권 금리가 역전된 구간에서도 외국인 채권 자금은 유출이 아닌 유입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단기 투자를 위해 3개월짜리로 자금 조달을 많이 하다 보니 초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단기 투자 성향의 자금이 빠질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의 단기 투자 성향이 과거 대비 줄었고, 외국인 투자 성격이 단기에서 중장기로 변화해 자금 유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의 긴축 수준이 실제 어떨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점도표에서 제시된 중립금리 전망치는 실제 최종금리와 50∼100bp 차이가 났다"며 "이번 점도표의 중립금리 전망치를 고려할 때 최종금리는 2.0% 정도로 긴축 속도 조절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로 이번 점도표에서 2.4%가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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