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가 활성화된 선진시장에서 중고차의 판매 마진이 신차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국내에서도 중고차가 완성차 기업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소재 장안평 중고차시장 전경. /연합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가 활성화된 선진시장에서 중고차의 판매 마진이 신차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국내에서도 중고차가 완성차 기업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소재 장안평 중고차시장 전경. /연합

정부가 지난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 허용됐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중고차 시장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매매가 활성화된 선진국에서 중고차 판매수익이 신차를 압도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국내 역시 중고차 사업이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8일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고차 1대당 평균 수익이 2300달러로 조사됐다. 당시 신차의 평균 판매수익이 1200달러임을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마진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영국도 비슷했다. 영국의 중고차 1대당 수익이 2337달러로 신차 1959달러를 378달러 웃돌았다. 이는 높은 수요가 중고차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일찍부터 완성차 업체가 품질을 보증하고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며 "중고차에 대한 높은 신뢰 덕분에 중고차 시장이 신차의 각각 2.4배, 2배에 이를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고차의 수익성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차종의 신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중고차 수요와 가격 급등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분석기관 아이씨카에 의하면 지난 2월 미국 중고차 판매 1위인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전년 동기 대비 몸값이 61.2%(9457달러)나 뛰었다. 기아의 포르테·리오·쏘울 중고차도 각각 51.8%, 51.4%, 48.1% 인상됐다. 미국 내 전체 중고차의 평균 가격 상승률이 34%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첫차, 케이카 등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에 의하면 지난달 기아의 2021년식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신차 출고가의 99.3%인 4620만원에 팔렸다. 2021년형 스포티지도 출고가의 95%인 3780만원에 판매됐다.

출고 후 수개월 내의 인기 차종은 아예 신차와의 가격 역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실구매가가 3800만원 수준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지난달 평균 시세가 4900만원에 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고차 사업이 국내 완성차 업계에 신차 출고 지연에 따른 매출 하락을 상쇄시킬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금맥을 캐기 위해 현재 현대차·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하고 언제든 사업을 개시할 준비를 마쳤다. 한국GM, 르노삼성 등도 6개월 내 진출을 목표로 테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다.

최대 수혜자는 단연 국내 신차 시장점유율 90%의 현대차·기아다. 신차 물량이 많은 만큼 중고차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미 양사의 중고차 사업 매출액이 2년 뒤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1일 중고차 시장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의 중고차 매출이 올해 1조4000억원, 내년 2조1000억원, 2024년 3조원에 이르고 기아도 같은 기간 9000억원, 1조2000억원, 1조8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예측됐다.

이같은 예측치는 기존 중소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올해부터 3년 간 시장점유율을 2.5%, 3.6%, 5.1%로 제한하겠다는 양사의 발표에 기반한 것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전체 시장 규모를 지금의 신차 대비 1.4배(260만대)에서 선진국 수준인 2배 이상으로 성장시킨다면 셀프 제한이 풀리는 2025년 이후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매출은 수십조원 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계의 참여로 중고차 시장이 올해 30조원 규모에서 2025년 5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현대차·기아는 직접적 중고차 비즈니스를 넘어 현대모비스의 부품 판매·정비, 현대글로비스의 경매 사업을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가 활성화된 선진시장에서 중고차의 판매 마진이 신차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국내에서도 중고차가 완성차 기업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소재 장안평 중고차시장 전경. /연합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가 활성화된 선진시장에서 중고차의 판매 마진이 신차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국내에서도 중고차가 완성차 기업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소재 장안평 중고차시장 전경.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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