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가 내정됐다. 그를 불러내기 위해 당선인 측에서 ‘삼고초려’를 했다니 마땅한 인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준은 당선인이 거대야당의 힘을 극복해야 하는 첫 대결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야당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만한 인물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총리였다. 호남 출신이기도 하다. 야당이 막무가내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배경. 경제 관료였으니 경제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그를 발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걱정과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을 제대로 반영한 인물로는 모자란다는 평가다. 새 정권에 걸맞는 새 인물이 아니다. 좌파정부 경력과 출신지역이 오히려 국민통합에 걸림돌이 된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당선인은 역발상으로 총리 발탁에 접근했어야 했다. 정치 상황·환경을 고려해 실무형 신인 총리를 뽑아 정치투쟁을 피하는 전략사고가 아쉬울 따름이다. 거대야당이 반대할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지지기반도 무너뜨리지 않는 지혜를 첫 인사에서부터 발휘했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법과 제도로는 정치나 정국 운영에서 총리의 영역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헌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총리의 실질 비중은 거의 없다. 경험을 가진 한 내정자가 잘 알 것이다. "제왕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책임총리’"라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여론이 만드는 정치용어에 휘둘리면 안 된다. ‘제왕대통령’은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뿐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나라에서 그것을 들먹이는 것은 대통령의 위상과 권한을 흔들려는 짓이다.

한 내정자의 기능·역할은 대통령책임제의 총리로서 새 대통령을 충실하게 돕는 일이다. 행정관료의 경험을 잘 살려 공직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세력들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저항 또는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앞장서서 막는 것이 첫 총리의 책무다. 혹시라도 내각 인사권 등 대통령의 책임을 함께 나누려는 욕심을 가져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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