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선교사 “통신망 끊어 시민들 결집 막아...납치당한 美 목사들은 풀려나”

러군 폭격에 뼈대만 남은 우크라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로이터=연합
러군 폭격에 뼈대만 남은 우크라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로이터=연합

“지난 3월 27일부터 멜리토폴의 통신망이 모두 끊긴 상태다. 러시아군이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한 것 같다. 속히 연락이 되어, 멜리토폴의 상황과 필요를 알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4일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의 현지 선교사 소식통은 이같이 현재 상황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멜리토폴 지역 18세 이상 남성들을 러시아군으로 징집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소식통은 “반러 시위를 못하도록 구금과 납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반러 시위를 해 왔는데, 통신망을 끊어 시민들의 결집을 막고 있다”고 했다.

한편 멜리토폴에서 함께 사역하다 납치당한 미국 시민권자 지마 목사가 최근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러시아군에 납치당했던 지마 목사님이 무사히 풀려났다”며 “세계 곳곳에서 기도해 주신 덕분이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 3월 19일 멜리토플 자택에서 러시아 군대에 의해 납치됐던 드미트리 바디우 목사도 최근 석방됐다. 바디우 목사의 아내인 헬렌 바디우 사모는 지난 28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여러분들의 기도!!! 드미트리 목사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잘 지내고 있다. 여러분들의 관심, 동참, 도움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선하신 하나님!!! 주님을 찬양!”이라고 남겼다.

미국 처치리더스닷컴에 따르면, 50세의 드미트리 바디우 목사는 소련에서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그가 10대였을 때인 1990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텍사스에 정착한 후 그는 미국 시민이 됐고, 이후 두 부부는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로 이주해 여러 교회를 세웠다.

납치되기 전 마지막 올린 SNS 게시물에서 바디우 목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자신이 목회하는 ‘생명의 말씀’(Word of Life) 교회로 대피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그의 딸에 의하면 약 50명이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는 그들 모두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었다.

바디우 목사의 가족은 그가 납치된 후 연락이 두절됐고, 통신 장애로 납치 소식도 천천히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그의 납치 소식을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문제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바디우 목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잘 알려진 목사였다. 러시아가 영향력 있는 그의 지위를 표적으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텍사스의 목회자로 바디우 목사 가족들의 오랜 친구인 오티스 길라스피 목사는 최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사람들은 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바디우 목사는 자신의 백성과 양떼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