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에서 CATL 관계자가 자사의 LFP 배터리를 설명하고 있다. /CATL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에서 CATL 관계자가 자사의 LFP 배터리를 설명하고 있다. /CATL
SK온의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연합
SK온의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연합

올들어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기업들이 K-배터리 3사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50%대로 높아진 반면 한국은 20%대로 낮아지며 양국의 격차가 30% 이상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K-배터리 3사가 고성능 제품 일변도의 전략을 수정해 중국이 장악 중인 중저가형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4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출하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6%, 152.2%, 30.7% 증가에 머문 것과 달리 업계 1위인 CATL을 비롯해 BYD, CALB, 궈쉬안 등 중국 6개사는 평균 220.4%의 고도성장을 보인 것이다.

이 결과 중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전년 41.8%에서 56.4%로 껑충 뛰었고, 한국기업은 32.1%에서 24.1%로 하락해 양국 간 점유율 차이가 10% 미만에서 32.3%로 커졌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초래한 전기차 생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류비 상승, 리튬·니켈로 대변되는 주요 원자잿값 폭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배터리 3사와 달리 중국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간판 제품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중국 배터리 업계는 LFP 배터리, K-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로 불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주력이다.

중국이 강점을 가진 LFP 배터리는 그동안 중국에서나 통할 ‘싸구려’로 치부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화재 위험)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의 핵심 세일 포인트인 주행거리에 극명한 한계가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유럽의 하이엔드 전기차를 겨냥해 고에너지 밀도의 삼원계 배터리 기술개발과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최근 LFP 배터리가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메이저 완성차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LFP배터리를 바라보는 인식이 입문용 전기차를 위한 가성비 배터리로 바뀐 덕분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LFP 배터리 공급량이 전년의 5만9430톤에서 20만5895톤으로 346%나 성장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테슬라는 중국산 LFP 배터를 탑재한 전기차를 연 100만대 생산 중이고, 올해 발주 물량도 CATL과 BYD가 싹쓸이했다"며 "현대차·벤츠·BMW·포드·폭스바겐 등이 LFP 배터리 기반 전기차 출시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올해 시장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주행거리 한계라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할 신기술의 개발도 LFP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을 높일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 기술이 셀투팩(CTP)과 셀투섀시(CTC)다. CTP는 ‘셀-모듈-팩’ 형태의 이차전지 구조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해 셀과 팩을 곧바로 연결하는 기술, CTC는 모듈과 함께 팩까지 없애 셀과 차량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20% 이상의 주행거리 향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맞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CATL은 올해 독일에 연 100GWh급 생산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북미에 연 80GWh급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또 궈쉬안, 이브에너지, 엔비전AESC가 각각 북미, 헝가리, 프랑스에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북미와 유럽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마련 중인 K-배터리 3사와의 진검승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LFP 배터리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칫 삼원계 배터리의 주행거리 우위가 희석될 경우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완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SK온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관련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가형 삼원계와 중저가형 LFP라는 두 개의 포탑을 세우는 전략으로 언제든 선회할 수 있도록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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