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5%P 금리인상 무게…월 116조원 양적긴축 시사 (CG). /연합
미 연준, 0.5%P 금리인상 무게…월 116조원 양적긴축 시사 (CG). /연합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이 넘쳐 흘렀던 유동성 파티가 드디어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는 것은 물론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의 양적 긴축에 곧 착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 연준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FOMC 위원들 중 다수는 미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물가 상승률,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너무 낮은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당장 3월 회의에서 50bp의 기준금리 인상을 선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단기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25bp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월 950억 달러(약 115조원) 한도 내에서 양적 긴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FOMC 위원들은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 달러,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 350억 달러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양적 긴축을 실시하는 시기는 이르면 다음달이 될 수 있다. FOMC 의사록은 "다음 5월 회의가 끝난 뒤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양적 긴축은 미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비롯한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팔아 유동 자금을 흡수해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사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 연준이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시중에 풀었던 양적 완화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앞서 미 연준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양적 완화를 가동해 국채 등을 매입하며 매월 1200억 달러(약 14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4조2000억 달러에서 현재는 역대 최대 규모인 8조9000억 달러(약 1833조원)까지 불어났다. 미 연준은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가 지난달 돈 풀기를 종료했으며, 빠르면 5월부터 양적 긴축으로 돈을 빨아들이기로 했다.

미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폭발적인 물가 상승세를 누르기 위해 양적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고를 해왔지만 구체적인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 950억 달러는 곧바로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월 950억 달러는 시장 상황에 따라 3개월이나 그보다 더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950억 달러보다 더 적은 분량의 자산을 팔다가 서서히 양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이처럼 통화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미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6.4% 뛰어 목표치를 3배 이상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로 개인소비지출을 통해 소비재와 서비스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낸다.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을 포함한 미 연준 관계자들이 최근 잇따라 물가 우려와 양적 긴축의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만큼 5월 FOMC에서 양적 긴축 착수 발표와 함께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뉴욕증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받아 이틀 연속 뒷걸음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42%(144.67포인트) 내린 3만4496.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7%(43.97포인트) 떨어진 4481.15, 나스닥 지수는 2.22%(315.35포인트) 급락한 1만3888.82에 거래를 마쳤다.

7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도 1.43%(39.17포인트) 내린 2695.86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 2700선 하회는 지난 3월 21일의 2686.05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1.61%(15.18포인트) 하락한 927.95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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