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그리스신화 속 저승은 제우스의 동생인 하데스가 다스리는 암흑 속 음침한 황무지다. 사자들은 어렵사리 5개의 강을 건너고나서야 겨우 저승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첫 번째 강인 ‘통곡의 강’을 건너려면, 뱃사공 ‘카론’에게 뱃삯을 줘야 쉽게 건너간다. 그래서 모든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마지막 가는 저승길 쉽게 가라고 사자의 입속에 은전 한 닢만은 꼭 넣어주려고 노력한다.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신이 선택받은 특별한 인간에게만 내려주는 운명적 은총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하루에 평균 6천번정도 생각하는 영장류인 인간이기에 돈과 자본을 형성할 수 있고 또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인간에게 돈이라는 공공재는 인간의 본성에서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가름하도록 만드는 희한한 마력을 지닌 존재다. 돈이란 마술피리를 불어대면, 평상시에 그렇게 점잖고 우아한 체하던 고상한 사람들도, 일시에 피리소리를 따라가는 쥐떼로 변한다. 그 끝이 절벽이든지, 아니면 깊은 강물속이든지 간에, 일단 오감에 잡히는 돈이 주는 쾌락을 먼저 찾으려고 한다.

돈이 공공재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인류역사 속에서 가장 유혹성이 강한 불안정한 존재를,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던 현명한 계몽주의철학자들이 시장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서, 그 속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고의 이타적인 물건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도록, 강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타적으로 만들었다. 바로 시장이란 역동성이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쟁이라는 시장원칙을 떠난 돈은 곧바로 괴물이 된다. 인간의 선한 마음이 얼마나 허영심, 시기심, 자만심, 질투심 등으로 쉽게 망가지는 지는, 지금까지 인류사 속 돈과 결부된 전쟁사가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돈 철학 없는, 사기와 기만에 능한 문정권이 올해 내내 돈을 뿌려대다가, 역대 최대규모의 내년 예산 607조7000억원을 일사천리로 국회통과시켰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위대한 대한민국이 문정권의 무차별한 돈 살포로 지금 절벽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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