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집회 미온 대처" 지적 후 첫 사례…쪼개기 집회·코로나 이유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흥인지문 교차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연합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흥인지문 교차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연합

서울시가 이달 13일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열릴 예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금지했다.

서울시는 8일 민주노총에 보낸 집회금지 통보 공문에서 "인접 장소에 유사한 목적으로 여러 건의 집회 및 행진신고를 한 바 대규모 집회로 확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매우 우려된다"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가맹·산하노조별로 서울 도심 곳곳에 집회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조는 종로 등 서울 도심에서 299명씩 인수위를 향해 행진하는 내용의 집회도 신고했다.

경찰은 13일 민주노총 집회에 1만여명이 집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집회를 금지한 근거는 감염병예방법이다. 이 법 49조 1항 2호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과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정부의 방역수칙 조정사항에 따라 지난 3월부터 300인 이상 집회만 금지하고 있다. 최대 299인까지 참가하는 집회는 개최 가능하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해 민주노총은 금지된 집회를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 방식으로 열어왔다. 대선 이후 민주노총 집회를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1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차기 정권에서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기조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행사로 여겨졌다.

다만 단계적 일상회복 절차를 밟으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물에 들어선 시점에서 집회·시위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이 집회 금지 통보에 반발해 집회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인수위의 ‘집회 미온적 대처’ 발언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향후 5년간 이어질 윤석열 정부의 관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까지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같은 날인 13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농어민단체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대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반대 집회는 금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농어민단체의 CPTPP 총궐기 대회엔 4천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집회 장소인 산업은행 앞 무대에는 299명만 있었지만 여의도공원과 산업은행 옆 등으로 분산돼 전체 인원은 4천명으로 추산됐다.

경찰 일각에선 13일 열리는 농어민단체 집회도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마찬가지로 참석 인원이 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농민단체 집회는 경찰에서 신고 내용, 집회 참가 규모 등을 아직 공유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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