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늘고, 매매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인다고 부동산 업계가 전망했다. 사진은 11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늘고, 매매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인다고 부동산 업계가 전망했다. 사진은 11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대선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가 바뀌고 있다. 전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하락세가 멈추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전일 기준 938건으로 집계됐다. 매매계약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00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4681건부터 올해 2월 805건에 이르기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해오다 9개월째 증가로 반전된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2006년 월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면서 바닥을 친 이후 대선을 계기로 반등한 셈이다.

가격 하락세도 멈췄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7일 -0.02%에서 같은 달 21일 -0.01%로 올라선 후 지난 4일에는 0.00%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권 3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며 오름폭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를 발표한 것은 다주택자의 절세용 매물을 시장에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가 본격 시행되면 매물이 늘겠지만 서울 인기 주거지역에서의 매물 유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2815건이다. 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를 발표한 지난달 31일의 5만1537건에 비해 2.5% 늘었다. 노원구(4.8%), 중랑구(4.7%),구로구(3.8%), 도봉구(2.4%) 등 10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같은 기간 집값이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 매물은 각각 1.7%, 0.1% 줄어들었다. 이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는 다주택자 규제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보고 대출과 청약을 막는 한편 세금 부담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했다. 그러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낮은 집들을 처분하고 미래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강남권 등 인기 거주지역의 아파트나 재건축 추진 아파트 한 채만 남기는 식이다.

문 정부는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2019년 12·16 대책에서 처음으로 고가 1주택까지 포괄하는 규제를 내놓은 것이다.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 기준도 강화했다. 그럼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할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훨씬 큰 데다 인기 거주지역에 집 한 채만 있어도 충분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딱 한 채만 소유할 것이라면 당연히 주거가치,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주택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아진다.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다 매도하고 수도권 1채를 보유하거나 서울에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에는 외곽 지역 주택을 정리하고 강남권 1채를 보유하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5년 간 주택가액보다 주택의 수를 규제한 결과인데, 이는 결국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 간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는 ‘자산 양극화’의 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유세 완화 역시 인기 거주지역의 매물 유인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150~300%인 종부세 부담 상한을 50~20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양도세 완화에 더해 보유세까지 낮추면 다주택자는 주택을 팔 유인이 사라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잘못된 가격신호를 줄 규제 완화나 공급은 청사진에 없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임대차법·재건축 규제 손질 등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속도 조절’의 문제일 뿐 규제 완화라는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