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8.5% 급등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연합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8.5% 급등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연합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여년 만에 최고치인 8.5% 급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욱 돈줄을 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금융시장은 ‘긴축 발작’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2월 상승폭인 7.9%를 크게 상회하는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4%도 웃도는 것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과 비교하면 1.2% 올랐는데, 이 역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상승률이다.

3월 에너지 물가는 전월보다 11%, 전년 동월보다 32% 각각 급등했다.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과 비료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료품 물가 역시 전월보다 1%, 전년 동월보다 8.8%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주택 임차료)은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5% 올라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6.4%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발표로 미 연준의 긴축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연준이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리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빅스텝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최소 한두 차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아울러 미 연준이 지난달 예고한 양적 긴축도 내달 본격화될 것이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3월에 정점을 찍고 곧 상승폭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사상 최대 비축유 방출 등에 힘입어 3월 한때 갤런당 4.33달러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이 전날 기준 4.10달러로 줄어든 것이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꼬이게 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본격화되면 신흥국 금융시장은 긴축 발작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긴축 발작은 선진국에서 양적 완화를 축소하거나 양적 긴축에 나서면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자본이 이탈하면서 증시 하락과 환율 급등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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