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들 수준이 여전히 딱하고 안타깝다. 부끄럽기까지 하다.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회 화상연설에서 그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들은 국제정세는 물론 한반도 안보에도 관심이 없다. 한 나라 정상에 대한 예의도 없다. 남의 나라 참극에 대한 동정심도 없다. 같은 행사에서 보인 외국 의원들의 태도와 너무 달랐다.

연설 방영은 한국만의 행사가 아니다. 미국·일본·영국 등의 의회에서도 열린 전 세계 행사. 우크라이나전쟁이 세계 힘의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의원들은 연설이 방영된 의사당을 가득 메웠다. 국제정세 등에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전쟁 여파는 한반도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꼭 국제정세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외교안보를 걱정한다면 국회의원들 모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겨우 50여 명만 참석했다. 전체 의원 300명 중 1/5도 안 된다. 대한민국 의원들이 그렇게도 바쁜 사람들인가? 선거철도 아니다. 정기나 임시국회가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다들 어디 가서 무엇 하는가?

이 한 장면으로 그들의 수준이 국제 기준에는 턱없이 모자람을 알 수 있다. 과연 국제정세나 한반도 안보에 관한 지식은커녕 한줌의 관심이라도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입만 열면 나라 걱정을 떠든다. 의원외교를 외친다. 잘 모르면서 무엇으로 외교를 하는가? 외교가 아니라 외유라고 비판 받는 것에 이유가 있다.

외국 의원들은 젤렌스키의 호소를 진지하게 듣다가 끝나자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등 뜨겁게 반응했다. 그러나 한국 의원들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연설은 단 15분. 그 짧은 시간도 참지 못한 불량한 태도였다. 휴대폰만 만지거나 아예 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연설이 끝나도 앉은 채 박수쳤을 뿐이다. "똑같이 전쟁을 치른 대한민국이 도와달라"는 젤렌스키의 호소를 가슴에 담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국회의원의 품위도 인간의 동정심도 갖추지 못한 그들을 어찌 할 것인가?

대한민국 의원들 머릿속에는 그저 정치권력 쟁취뿐이다. 그들에게 주는 세비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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