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여명

탄핵 이전, 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에는 ‘샤이 민주당’ 표가 반영되지 않았었다. 대표적인 예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과반 이상의 의석과 비례대표 순번 25번까지 당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보다 1석이 적은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종로에서 정세균 후보보다 9%p 이상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꾸준히 나왔던 오세훈 후보의 13%차 패배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번 대선에서 0.73% 차이 석패로 수도권 민주당 유권자의 집결을 내다보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로는, 공천이 확정된 오세훈 시장의 적수는 아직 없어 보인다. 경기도 역시 국민의힘 경선이 흥행하며, 비록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한 지역이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이 앞서고 있다.

문제는 ‘샤이 민주당’ 유권자들이다. 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서울의 여러 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10년 넘게 유능한 지역일꾼, 지역 풀뿌리 조직은 민주당의 것이었다. 새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달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에, 대선 패배와 함께 출마를 접었던 민주당 인사들이 하나둘씩 "해볼 만한데?"하며 다시 출마로 선회하고 있다고 한다. 민생과 상관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의제가 돼서 자기들은 너무 다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오히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막천’이다.

14일, 당 공관위가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다른 후보들보다 3배 이상 앞서가던 김진태 전 의원을 강원도지사 경선에서 배제했다. 단수공천을 받은 인사는 KBS 앵커 출신으로, 이번 중앙선대본부에서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았던 정치·행정 경험이 전무한 인사다. 더욱 큰 일은 홍준표·유영하·김재원이 겨루고 있는 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애초부터 대구시장 출마를 시사하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경선 룰을 만지작거린 것도 모자라, 같은 경선 후보인 유영하 변호사가 윤석열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에 동석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정경선을 저해하는 일이다. 김 전 의원을 컷오프한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을 후견인으로 둔 유 변호사 역시 배제되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정치로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이다. 이 결과가 수도권 선거에서 역풍으로 닥쳐올 가능성이 커진다. 아무리 선거에서 이긴 측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를 찍지 않은 혹은 상대 당 뒤에 서있는 나머지 절반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공관위의 역할이 무겁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