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으로 중국 경제 둔화는 물론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합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으로 중국 경제 둔화는 물론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합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오는 1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p 인하한다.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중국 금융권의 평균 지급준비율은 8.4%로 낮아진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급준비율이 낮아지면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은행의 돈이 줄어들면서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이어진다.인민은행의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는 1조2000억위안(약 22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증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올 들어 두 번째다. 첫 번째 인하는 지난 7월 15일 단행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다. 당시 지급준비율 인하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인민은행의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는 중국 부동산 업계의 파산 도미노 우려와 관계가 깊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양광(陽光) 100 차이나 홀딩스가 지난 3일 원금 1억7900만달러(약 2117억원), 이자 890만달러(약 105억원)의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후 사흘 만에 나왔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의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이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조9665억위안(약 365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달러(약 22조7000억원)가량이다.

헝다그룹은 지난 3일 만기가 도래한 2억6000만달러(약 3075억원)에 대한 채무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디폴트 선언임과 동시에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에서 헝다그룹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내년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세계 경제성장률도 0.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급효과가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미치는 ‘쓰나미급’ 악재인 셈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6일 헝다그룹 파산 위기와 관련해 "중국은 단기적 경제 파동을 다룰 수 있다"며 "개혁·개방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헝다그룹 사태의 파급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인민은행,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에도 중국의 경제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역시 최대한 부동산발(發) 경기침체는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민간소비가 매우 취약한데 비해 투자 의존도는 매우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 미국과 정반대되는 특성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 투자는 43.1%다. 한마디로 중국은 투자 중심의 경제이고,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제다.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는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탄’을 맞은 것으로 봐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추진과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경제적 자원을 부동산과 같은 소모적 분야가 아닌 핵심 산업 분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의지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향후 채무조정과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중국 경제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웃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30%를 넘는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공급사슬도 촘촘하게 얽혀 있다.중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한국 경제 역시 영향권에 들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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