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공포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공포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공포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증시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고,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5거래일 만에 27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709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휘청이며 ‘블랙먼데이’ 양상을 보였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5.15% 급락하며 3000선이 붕괴됐다. 홍콩 항셍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일본 닛케이225지수 역시 각각 3.73%, 2.37%, 1.90%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60위안을 넘어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위안화 가치는 3% 넘게 급락했는데, 이에 인민은행은 외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다. 외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금융기관은 고객이 예금으로 맡긴 달러를 더 많이 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달러가 늘어나면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무려 10.8원 오른 1249.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전 연중 최고치인 22일의 1245.4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장 마감 직전에는 12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아시아 금융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데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우려가 겹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더욱 심각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한 가운데 연내 이보다 더 높은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이 현실이 되면 지난 1994년 11월 이후 약 28년 만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6월과 7월 FOMC 정례회의 중 한 번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75%에 달한다.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3~3.2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미 연준이 6월과 7월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시중금리가 따라 올라가면서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의 힘으로 상승해온 아시아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환율이 리스크의 진앙지로 부상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기업들의 외화부채 증가 등 충격파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수입물가 급등이 겹치면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 1분기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에서는 통화당국이 적절한 선에서 원화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장에도 강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특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돼 연장할 필요가 없다며 미 연준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를 종료했다.

통화스와프는 계약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요청해야만 갱신되는 구조다. 미 연준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요청했으면 연장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강력한 기축통화국과의 통화 협력은 언제나 한국경제에 이롭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외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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