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심각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4.4원 급등한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사이에 26원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265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24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속도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즉 원저(低)는 수입품 가격에 이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주식·채권 등 우리나라 금융상품의 달러 기준 가치가 내려갈 우려가 커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나쁜 원저(低)’인 셈이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 25일 "최근 환율 움직임은 물론 주요 수급 주체별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전일 종가보다 11.3원 오른 1262.1원에서 시작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65.9원까지 올랐다.

간밤 뉴욕증시가 미 연준의 통화긴축 우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장기화 등의 악재에 밀려 급락한 상황은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10%(29.25포인트) 내린 2639.06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낙폭을 2% 가까이 확대해 2610선까지 밀렸지만 장중 낙폭을 조금씩 만회하면서 2640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각각 6787억원, 2400억원을 순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투자자는 9069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코스닥 지수는 1.64%(14.98포인트) 내린 896.1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통화긴축에 따른 경기둔화가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올해 하반기 24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뉴욕증시는 26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 악재에 따른 경기둔화 공포로 급락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2.38%(809.28포인트) 떨어진 3만3240.1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1%(120.92포인트) 하락한 4175.2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5%(514.11포인트) 급락한 1만2490.74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는 지난 2020년 12월 1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고점과 비교해 20% 이상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한 나스닥 지수는 낙폭을 23%로 키웠다. 4월 들어서만 나스닥 지수는 12.2%, S&P 500 지수는 7.8%, 다우 지수는 4.2% 각각 떨어졌다.

뉴욕증시의 이날 폭락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하이는 물론 수도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 조치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느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기술기업의 큰 고객이고, 반도체 업계도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가 각각 5.6%, 6.1% 급락하는 등 반도체주들이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상하이 공장을 운영하는 등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하루에만 12.2%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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