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여명

2018년 서울시의회에 등원했을 때, 전체 의석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민주당 의회를 보며, 숫자보다 부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민주당 서울시당이 얼마나 지방의회에 인적 투자를 하는지였다. 우선 연령별 구성을 살펴보면 40대가 다수였고 세 의원 몫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30대 의원들이 있었다. 최연소 의원이라고 하는 필자와 동갑인 지역구 의원도 있었다. 경력 역시 다양했다. 변호사, 교수, 세무사, 노무사, NGO 활동가, 수의사 등 의정활동 역량과는 별개로 당장 국회의원을 나간대도 손색없는 스펙을 자랑하는 의원들도 많았다.

서울특별시장은 장관급이다. 그래서 각급 시도지사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이런 시장의 시정을 감사하는 기구인 서울시의회 의장은 차관급이다. 직급만으로 보면 서울시의회의 대표자는 국회의원과 같은 무게감이 있는 자리다. 그러나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이 실질적으로 각 지역위원회 위원장, 즉 국회의원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의원 간의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한계에서도 내가 바라본 민주당은 지방의원들을 ‘양성’하지, 의정활동 중 돌아가신데도 이상하지 않을 지역 토호세력을 공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당은 아닌 것 같았다.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경선이 활발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강남구청장 자리를 전략공천하지 않고 경선을 붙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한 일은 대국민 비호감도가 높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 여성이 함께 경선 테이블에 올랐으며, 그녀가 당 지도부와 원로들에 강남구를 여성공천 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호소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다. 이 의원 외에 경선 후보로는 강남지역 재선 서울시의원 출신 2인과 보건 전문가가 있다.

민주당은 기초의원에서 광역의원으로, 광역의원에서 기초단체장으로, 기초단체장에서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성장코스가 당연시되고 있다. 지방의회야말로 풀뿌리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최고의 정치학교이건만, 국민의힘에는 그런 성장의 길이 보이질 않는다. 당선될 만한 지역은 전략공천지역이거나 ‘여성 할당’이라는 기만적인 공천을 해왔기 때문이다. 인재가 지방의회에서 클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강남구청장 여성 공천 논의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 배려받아야 할 약자란 말인가. 진짜 정당 민주주의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밑바닥에서 올라온 선수를 우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은 국민의힘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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