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인근에서 열린 주거권네트워크 주최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부동산 투기 내각 구성 규탄 및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수갑을 들고 있다. /연합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인근에서 열린 주거권네트워크 주최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부동산 투기 내각 구성 규탄 및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수갑을 들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큰 틀에서 공급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그리고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이 같은 기조가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값 급등이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이 새 정부 경제 정책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정권 교체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부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부는 집값이 올라도 욕먹고, 떨어져도 욕먹는다’는 소리가 있는 것처럼 집값 안정과 규제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방정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이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로 상당한 정치적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을 맡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제시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가 적정한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역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재건축을 하면서 발생하는 과도한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의 적정 환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보듯 집값 안정이 전제다.

부동산 세제 개편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과도한 세 부담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이 있었던 만큼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주택시장 상황, 과세 효율성과 형평성, 세수(稅收)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제 당국과 함께 합리적 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행간에 속도 조절의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

원 후보자가 명확하게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임대차 3법이다. 직접적인 가격 규제 정책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도입되다 보니 전셋값 상승과 시장 왜곡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임대차 3법이 집값 상승 국면에 도입돼 매매시장의 불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원 후보자의 진단이다.

현재 새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탓인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 문제로 혼선을 거듭하고 있으며, 원 후보자는 인수위원회와는 다소 결이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5일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를 ‘중장기 국정과제’로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자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했다.

곧장 1기 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상당수에서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재건축 사업에 첫발을 내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부동산 태스크포스는 해명에 나섰다. 중장기 국정과제라는 표현에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폭풍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원 후보자는 규제 완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집값 급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집값 과열로 새 정부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집값은 대선 이후부터 지난달 22일까지 0.26% 상승했다. 이는 올들어 대선일까지의 상승률 0.07%의 3배 이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강남구, 서초구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영끌 매수’ 열풍이 불었던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은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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