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30일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30일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상황 반전을 위해 공격적 투자 확대를 통한 고성능·고부가 시장을 전방위 공략하고 있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지 꼭 3년이 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그동안 주력해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해도 전통 강자인 미국 퀄컴과 애플, 대만 미디어텍에 치여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12.0%에서 2020년 9.7%, 지난해 6.6%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퀄컴은 2019년 34.8%에서 지난해 37.7%, 애플과 미디어텍도 같은 기간 22.9%→26%, 12.7%→26.3%로 각각 늘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9년부터 18% 안팎에 정체돼 있지만 TSMC는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하며 오히려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꺼내든 분위기 반전 카드는 대규모 투자다. 지난해 시설투자액 48조2000억원 중 반도체 부문 비중이 90.3%(43조6000억원)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 투자액은 2019년 22조6000억원, 2020년 32조9000억원 등 매해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더해 유망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단숨에 사업 구도의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서 다수의 대형 반도체 M&A를 성사시킨 마코 치사리를 영입한 것이 실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1월 "여러 사업 분야에서 (M&A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치사리 영입이 반도체 기업 M&A와 연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 시도가 주요국의 반대로 무산됐듯 반도체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반도체 기업 M&A는 더 어려워지는 추세"라며 "삼성전자가 대형 반도체 기업 인수 대신 유망 반도체 스타트업의 인수나 지분투자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