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
이상아

최근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원장에 고3을 임명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작년부터 만 18세 이상이라면, 학생도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다. 작년 총선에서 약 14만 명의 고3학생이 투표를 했다. 정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사회적 흐름을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고3 학생을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는, 같은 고3으로서 다소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된다.

고3이 아무리 어른스럽다고 해도 제대로 사회 경험을 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학업이 매우 중시되기 때문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치성향을 포함한 모든 것들에 있어서 주변 어른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 안에서 배우는 입장인 학생들은 선생님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생님이 지도하는 방향에 따라 자신의 의견도 따라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3이 갖는 정치에 대한 관심은 애초부터 자신의 생각이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특정 정책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내세울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한국에서 학생들은 만 18세까지 학업에 모든 관심사가 쏠려있다. 아니, 쏟도록 요구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선거권을 갖게 됨으로써 지게 될 사회적 부담까지 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의 고3 선대위원장 임명이 있고 난 뒤, 윤석열 후보 측에서도 고3을 내세웠다. 서로 고3이 더 우월하다며 어른들끼리 싸우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고3을 ‘여론몰이’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모상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내에서 실질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이나 선거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아 올바른 의미의 참정권 행사가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에서 지내는 사람으로 공감한다.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며 정치적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선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존재하는 만큼 올바른 민주시민교육과 학생들이 건전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있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선거 연령 하향 이후 첫 대선이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논의도 더욱 생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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