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이었다. 열기가 뜨거웠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이 17일 광주에서 북한인권 세미나를 열었다. ‘5·18 제42주년 기념 북한인권 기념’ 세미나다. 한변과 올인모가 매주 개최해온 북한인권 화요집회 160차 행사도 겸했다. 북한인권 세미나가 광주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18을 기념하여 북한인권 세미나를 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주최측은 "5·18의 정신을 광주에서 북한인권 개선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캐치프레이즈가 ‘북한인권에 빛을! 빛고을 광주에서!’다.

호남과 광주에서 북한인권대회가 열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북한인권문제가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어 있다. 보수 정당이 북한인권 문제를 중시하고, 호남지역에서 강세인 이른바 ‘진보’인 민주당은 입을 닫는다. 북한정권의 눈치를 본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부조리(不條理)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죽하면 프랑스의 좌파 정치인들도 "한국 좌파는 좌파가 맞느냐?"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북한인권은 좌우의 문제도 아니다. ‘자유인이냐, 노예냐’의 문제다. 인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1948년 제3차 유엔총회에서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총 30개 조항이다. 대부분 제1조는 기억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인권문제에 인종·피부색·남녀·언어·종교·국경 등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정치적 입장의 구별은 더더욱 없다. 선진국에서 인권문제를 놓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영원히’ 정치를 떠나야 한다.

광주 북한인권 세미나에 탈북민들이 발표·토론자로 나왔다. 대한민국 탈북민 변호사 1호 이영현 씨는 "역사의 흐름을 볼 때, 북한에도 민주화 운동의 불길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도움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발제문 제목은 ‘감옥의 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다’. 오늘날 남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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