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샤요 궁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 한 여성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인종, 남녀, 언어, 종교, 민족, 신분, 빈부와 같은 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으며…." 미국의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미망인이기도 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파괴하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다."에서 비로소 끝을 맺는다. 세계인권선언은 이렇게 선포되었다. 오늘 12월 10일은 73주년이다.

전문과 30개조로 된 세계인권선언문은 명문이다. 초안작성위원회에서 수백번의 회의를 거쳤고, 문안을 놓고 1,000회 투표를 거치는 진통 끝에 완성되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말한다. 국경도 없고 피부색도 없다. 기독교 인권 따로 있고 불교 인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오직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인류보편적 가치다.

우리나라에 갓 입국한 탈북자들은 세계인권선언을 읽고 눈물을 쏟는다. 가슴이 북받쳐 올라 사흘을 울었다는 탈북자도 있다. 난생 처음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난 자존감을 느꼈다고 한다. 북한에서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10대 원칙’(당의 유일영도체계의 10대 원칙)은 초당규·초헌법적 경전(經典)이다. 김일성의 초상화를 정성스레 닦지 않았다고, 수령 앞에서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고, 몰래 성경을 읽었다고, 공개처형 된다. 굶겨죽이고, 때려죽이고, 통제구역에서 불에 태워 죽이고(火刑), 말려 죽이는(乾刑·최수를 나무에 매달아 말려 죽임) 것이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과거 민주화운동 했다는 인사들 중 대학 다닐 때 세계인권선언을 읽고 감동받았다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 그런데도 괴이한 일이다. 이들은 왜 ‘북한인권’을 죽어라 반대할까?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북한인권법은 대북 삐라 지원법"(2012. 6.7.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이라며 무식발랄한 소리까지 했다. 그도 한때는 ‘세계인권선언을 읽고 감동 먹었다’는 식으로 말했으리라. 180석 공룡여당 민주당은 10년에 걸쳐 만든 북한인권법을 시행조차 않고 있다. 지난 7일 북한인권법 집행을 촉구해온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김태훈 대표)’이 국회 앞에서 137차 집회를 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는 법치다. 민주당은 정말이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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