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우리는 디자인을 두르고 디자인 속에서 산다. 우리가 입는 옷, 사는 집, 쓰는 휴대폰은 대표적인 디자인 상품이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요구, 당대의 과학기술, 가성비, 멋(감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려할 것이 많기 때문에 경영자와 디자이너에게 철학이 필요하다. 사회와 디자인은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뭐든 이질적인 존재를 붙여놓으면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연결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사회디자인연구소 명함을 사용해 왔는데, 명함을 받으면 대체로 사회를 위한 디자인 내지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과 사회에 대한 인위적, 공학적 개입이 초래한 처참한 결과를 아는 사람들은 질색을 한다. 이들은 사회를 디자인 대상으로 본다면서, 문화혁명으로 인간과 사회를 개조하려한 마오쩌뚱을 연상한다.

사회디자인의 영어 표현은 social design 이다. 직역하면 사회적 디자인이다.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아닌 정부나 공공이 공급하는 제품(공공자전거, 벤치, 표지판, 건축물 등)이 대표적인 디자인 대상이다. 그런데 정부나 공공이 공급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제도와 정책인데, 이 역시 소비자(유권자, 납세자)의 요구, 과학기술, 가성비(예산 대비 효과), 감성, 마케팅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이쑤시개부터 집까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파는 무인양품(無印良品·MUJI) 브랜드 철학을 정립한 세계적 디자이너 하라겐지는 디자인을 "본질을 꿰뚫어 가시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회디자인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사회디자인연구소라는 이름에서 사회공학 냄새가 난다고 볼멘 소리를 종종 듣지만, 16년째 이 명함을 사용하는 것은 법제도나 정책도 디자인 대상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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