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최영재

한국 언론의 사대주의를 개탄한다.

"김건희 여사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였다." 본지에 이같은 내용의 칼럼을 게재한 김성회 논설위원은 김건희 여사에게 낯 뜨거운 칭송을 했다며 언론들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그는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직을 사퇴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유일보에 실린 김성회 논설위원의 칼럼을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윤 대통령을 지칭해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와 비슷한 뜻을 지닌 ‘메리드 업’(married up)이라는 미국 속담을 언급했다고 한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식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저는 ‘매리드 업’한 남자들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married up’은 자신보다 높은 사회 계급의 사람과 결혼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자보다 훨씬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유머러스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당신과 나는 여성을 잘 만나 출세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성회 논설위원이 평강공주라고 말할 때는 낯 뜨거운 칭송이라며 비난하던 한국언론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메리드 업’ 표현에 대해선 해석까지 붙여가며 설명하고 있다. 한국언론의 사대주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자기보다 힘 없는 사람들은 능멸하고,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 언론들은 대통령도 힘이 있을 때는 꼼짝 못하다가 힘이 빠지면 사망한 후에도 물어뜯는다. 그것도 단독으로 물어뜯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며 떼를 지어 물어뜯는다. 오죽하면 ‘하이에나 속성’이라는 말을 듣겠나.

‘평강공주론’이 낯 뜨거운 칭송이라며 김 전 비서관을 낙마시킨 선봉장은 <한겨레>, <경향> 등 일부 극좌성향의 매체였다. 이 칼럼이 작성되는 지난 대선 시기는 한겨레, 경향, MBC, 오마이뉴스 등 극좌언론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김건희 여사가 유흥주점 접대원 ‘쥴리’라는 가짜뉴스를 쏟아내던 시기였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20일자 본지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단독 인터뷰한 기사를 올렸다. 닷새 뒤 김 전 비서관은 본지에 "윤석열이라는 시골 검사를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또 대선 당일인 3월 10일 칼럼에서도 "고구려 귀족집단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선택하고 키웠듯이, 김건희 대표는 파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썼다.

‘평강공주론’은 말하자면 "김건희 여사는 남편 잘 만나 팔자 고친 술집 종업원 쥴리가 아니라, 반대로 좌천된 시골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반열까지 올린 킹메이커"라는 풀이였다. 김 전 비서관은 그 증거로 김 여사가 보험금만 해도 2조 5000억원짜리 마크 로스코 작품 전시와 2조 1000억원 규모 자코메티전을 성사시킨 배짱 두둑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극좌언론들의 쥴리 소동에는 좌파 특유의 ‘젠더 내로남불’이 깔려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여성해방과 페미니즘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성착취를 일삼는다. 이런 이중적인 행태는 성폭력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민주당과 정의당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적인 내용의 가짜뉴스를 생산해 냈던 언론들도 극좌언론들이었다.

패거리를 지어 ‘평강공주론’의 김성회 전 비서관을 낙마시킨 한국언론이 이번에는 패거리를 지어 바이든의 ‘married up’을 칭송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의 언급대로 대한민국을 망치는 제1 주범은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이다. 그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분열시키지만 언론인들은 국민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저능아로 만든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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