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8년 간 이어온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시사했다. 또한 재정정책도 내년까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경기부양 ‘모드’에서 벗어나 정상화에 착수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ECB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의 예고대로 ECB가 실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이는 2011년 4월 이후 11년여 만의 첫 인상이다.

현재 ECB의 기준금리는 0%,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5%다.

ECB의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는 지난 2014년 6월 ‘제로(0)’ 미만으로 내려간 이후 8년째 마이너스 상태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은행들이 ECB에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맡긴 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다는 의미다. ECB는 당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물가가 0%대로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려는 조처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 0.5%인 예금금리가 9월 말까지 제로가 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7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열려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정책 목표 수준인 2%로 안정되면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로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로존 경제가 과열된다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며, 현재 유로존의 중립금리는 1% 또는 1.5%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번 발언은 ECB가 7월부터 내년 4월까지의 모든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1.25%까지 올릴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미하엘 슈베르트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 같이 공격적인 행보를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심지어 ECB 내부에서는 7월 회의에서 0.5%포인트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는 통상적인 인상폭의 두 배에 해당하는 ‘빅스텝’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밟은 바 있다.

EU는 재정정책에서도 전환을 예고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현재의 재정정책을 내년에 중립적 재정정책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패스컬 도너휴 아일랜드 재무장관이 이날 밝혔다. 이들은 경제 성장을 회복하고 물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 전면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더는 적절하지 않다며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선별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