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복무기간 단축에 학군단 인기 시들(CG). /연합
병사 복무기간 단축에 학군단 인기 시들(CG). /연합

병사 복무기간이 줄고 월급은 늘면서 초급 장교를 선발하는 학군단(ROTC) 지원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국 육군 ROTC 지원자 수는 7천6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20년 7천400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각 대학 내 ROTC 모집 여건이 원활하지 않았고, 지난달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지원자 미달을 이유로 각 대학 ROTC 후보생 원서접수 마감일을 4월 8일에서 5월 6일로 연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인 셈이다.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따르면 2018년 1만2천600여명이던 지원자 수는 2019년 1만1천500여명, 2020년 7천400여명, 2021년 9천400여명을 기록했다. 올해 지원자 수 규모는 2018년보다 39%가량 줄었다.

ROTC 모집정원은 2018년 약 3천600명, 2019년 3천700명, 2020년과 2021년에는 3천500명 수준이었다. 올해도 2018년과 비슷한 수를 모집한다면 경쟁률이 3.5대 1에서 2.1대 1 수준으로 낮아진다.

훈련 기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군단 제도 자체가 위기인 셈이다. 전체 초급장교 임관 인원 중 ROT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육군 ‘1호’ 학군단인 서울대 ROTC 역시 지원자 수가 창단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대 ROTC에 따르면 올해 지원자 수는 24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와 같았다.

2015년 65명 수준이었던 서울대 ROTC 지원자 수는 꾸준히 줄어 2018년 31명, 2019년 25명, 2020년 26명에 그쳤다.

학군단 지원자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에는 병사 복무기간 단축이나 처우 개선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병사 복무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꾸준히 줄어 육군의 경우 2022년 기준 18개월에 불과하지만, 육군·해병대 ROTC 복무기간은 1968년 28개월에서 단축되지 않았다.

게다가 ROTC로 복무하면 병사 복무와 비교해 ‘목돈’을 마련해 나올 수 있다는 장점도 병사 월급이 인상되며 무색해졌다.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은 150만원 수준까지 오를 예정이다. ROTC의 경우 졸업 뒤 임관하더라도 2022년 기준 소위 1호봉은 175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아 별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대로 병사 월급 200만원이 실현되면 병장 월급이 장교인 소위 월급을 앞서게 된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ROTC 지원에 부정적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지난달 게시된 ‘ROTC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시글에는 "월급 오르면 병사가 낫다", "진짜 군인 될 거 아니면 하지마라", "말뚝(장기복무) 박을 것 아니면 가지마라"는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과거에 비하면 천지개벽 수준으로 편해진 병사로 18개월 다녀오면 되는데 누가 단기복무 장교로 28개월을 가겠냐"는 글은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울 시내 대학 한 학군단 관계자는 "학군단 차원에서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원자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장교 처우 개선과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해 국가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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