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존 1.50%였던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인상된 건 약 15년만이다. /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존 1.50%였던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인상된 건 약 15년만이다. /연합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전망치 3.0%를 다소 하회하는 2%대 후반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인 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5%로 크게 높여 잡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9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모두 1.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이는 2008년 10월의 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당장의 물가 급등뿐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3.3%로 2012년 10월의 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 역시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2%에 이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빅스텝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연준은 지난 3∼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에서 0.75∼1.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75%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 총재는 이날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연 2.25∼2.5%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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