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586 용퇴론’ 당내 좌파 진영도 비난 거세

대국민 사과 놓고 비대위 투톱 충돌...옹호 비판론 비등
지지율 갈수록 추락 ‘간판’ 이재명조차 당선 장담 못 해
4·7 재보궐선거와 대선 이어 연전연패 악몽 재현 우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박지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민주당 내 분쟁이 거세지면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선 박 위원장이 꺼내든 ‘586 용퇴론’과 ‘팬덤정치 극복’ 쇄신안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할 얘기가 아니라는 반발이 거세지는 한편,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또 박 위원장의 해당 발언을 지지한다는 목소리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 비대위의 투톱인 박지현·윤호중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586그룹도 거세게 반발하며 박 위원장은 지도부 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는 해석이다.

박 위원장은 26일 YTN라디오에 나와 자신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당 내부의 비판에 대해 "사과라고 하는 것은 받는 사람이 됐다고 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사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께서는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했다"며 "사과와 쇄신, 논란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는 ‘읍소 전략’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기존 ‘586 용퇴론’이 힘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내 86그룹이 강하게 반발한 ‘86 용퇴론’에 대해서도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586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 성과를 이룬 것을 존경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다"며 "민주당 변화를 만들어내고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어내야 되는데 시대와 발맞춰 나는 것이 어려운 분들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윤 위원장 등과 고성이 오간 것에 대해선 "당의 모습을 두고 자중지란이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그보다는 새로이 태어나기 위한 과정의 진통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좌파 진영에선 박 위원장을 향한 비난 수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당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난에 가세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위원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며 "‘당 대표’의 권위 앞세워 제멋대로 떠들겠다, 당과 왜 상의하느냐는 박지현이 지금 정상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보나"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내부에선 박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박 위원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더 겸손하게 머리 숙이고 더 단합하고 더 분발해야 한다"고 비호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 내부 문제가 선거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박 위원장을 겨냥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박 위원장 사과)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평소 얘기하던 것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 대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그런데 TPO(시간·장소·상황)가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 민주당은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이 위원장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25일 나온 KBS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 후보는 42.5%의 지지율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42.7%보다 0.2%p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기염을 토하면서 민주당 내 분위기는 삭막했다. (23~24일 실시, 무선 전화면접, 계양을 거주 800명, 응답률 16.9%,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이로 인해 민주당의 승리 기준점인 광역단체장 8곳을 좌우할 수도권과 충청권도 매우 위태롭게 됐다. 동시에 지난 4·7 재보궐선거와 대선에 이은 연전연패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민주당내 세력들은 이미 ‘포스트 지방선거’로 시선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당대표를 놓고 이재명계와 친문, 86 그룹 등 당내 계파들이 일전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지면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다시 불거지며 당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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