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박물관전경. /국립민속박물관

31일부터 ‘정동에서 피어난 문학향기’ 특별전이 열린다.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교육 기관인 이화학당에서 교지 활동으로 성장한 여성 문인들을 조명한다. 30일 국립민속박물관은 이화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5월31~12월31일).

국립민속박물관이 2012년부터 공·사립 대학박물관과 추진하는 공동기획전의 일환이다. 교사이자 아동문학가였던 신지식은 문학 활동과 관련된 사진·도서, 육필 원고, 상패 등 유품 100여 점을 이화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문세의 90년대 히트곡이자 오늘날에도 애창되는 ‘광화문 연가’ 가사 속 "언덕 밑 정동길엔"의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이 바로 ‘정동교회’다. 우리나라 근대문화의 태동지 ‘정동’을 일깨워준다. 그곳에 자리한 이화학당은 문학소녀를 작가로 성장시킨 유서 깊은 곳이다. 1866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여학교 이화학당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고’ ‘배꽃’ ‘거울’ 등의 교지를 만들고, 백일장이나 문학 강연, 시 낭송의 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학의 지평을 넓혀갔다.

이화학당에서 발전한 이화여고에서 교사 신지식(1930~2020)은 교지 ‘거울’을 학생들과 만들며, 캐나다 작가 몽고메리의 장편소설 ‘빨강머리 앤’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교지가 배포되는 화요일 점심시간엔 ‘빨강머리 앤’을 읽는 숨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콘 앤에게 자신을 투영한 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문학소녀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특히 근현대 격변기, 전통문화와 이국적인 문화가 공존했던 정동은 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공간이었다. 학교·교지 같은 근대문화의 터전 위에서 신지식·김일엽·백국희·장영숙을 비롯해 강성희·김제영·김지원·손장순·신동춘·이영희·전숙희·허근욱의 이야기 등등, 정동에서 피어나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후까지 이어진 문학의 향기를 이번 특별전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귀한 발자취이기도 하다.

전시 ‘1부-문학의 싹’은 그림·사진·교과서로 보는 이화학당 초창기 모습, ‘2부-문학의 뜰’은 교지 ‘이고’ 창간호(1934)와 ‘거울’ 창간호(1954), 동아리지와 백일장 상패 등을 통해 당시의 교내 문학활동을 엿보게 해준다. ‘3부-문학의 향연’에선 전숙희·허근욱·김지원 등 이화여고가 배출한 대표 문인·작품들을 만난다. ‘4부-문학과 신지식, 그리고 빨강 머리 앤’은 신지식의 기증자료와 ‘빨강 머리 앤’ 전집으로 구성됐다.

빨강머리 앤번역본.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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