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8일~10일 노동당 제8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김정은은 10일 확대회의에서 "자위권은 국권 수호 문제이며, 국권 수호에서는 양보하지 않고 강 대 강, 정면승부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원회의 결론에서는 ‘남조선’을 염두에 둔 ‘대적투쟁’(對敵鬪爭)의 전략전술적 방향이 논의됐다. 김정은은 현 국제정세와 관련, "주변 정세는 극단적으로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 전원이 모인 회의체다. ‘제8기 제5차 전원회의’란, ‘제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들 전원이 모인 다섯 번째 회의’라는 뜻이다. 당의 주요 정책 방향과 전략이 결정되며,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뒤집을 수 없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고위급 인사이동이 있었다. 조용원이 중앙당 조직비서에 조직지도부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군·경찰 무력기관이 대폭 바뀌었다. 총참모장에 이태섭, 군 총정치국장 정경택, 사회안전군 박수일, 국가보위상 이창대 등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선희는 외무성 제1부상에서 외무상으로 승진했다. 외무상 이선권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선희는 미국 담당, 이선권은 ‘남조선’ 담당이다. 이선권은 2018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평양에서 갔을 때 "랭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며 무례한 짓을 한 장본인이다.

김정은의 이번 인사는 주목할 만하다. 조용원에게 조직비서·조직지도부장을 겸직토록 한 것은 ‘내외적으로 정세가 긴장되고 있으니 내부에 누수현상이 없도록 완전히 틀어잡아라’는 뜻이다.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는 코로나 19 감염병이, 바깥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군 인사도 강경파가 포진됐다. 김정은이 그만큼 내외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선권을 통전부장으로 앉힌 것은 남한의 새 정부를 흔들어대며 거칠게 다루라는 뜻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천안함 폭침 등 도발을 일으킨 전 통전부장 김영철은 정치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숨겨진 ‘리베로(libero)’처럼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원칙적이면서 유연한 대북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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